“50년 사회생활을 마감하는 지금 제 모습은 불명예스럽습니다. 너무나 견디기 어렵습니다. ‘태산에 부딪혀 넘어지는 사람은 없다. 사람을 넘어지게 하는 것은 작은 흙무더기다’라는 한비자(韓非子)의 경구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고난을 극복해 축복이 될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방통대군’으로 불리며 현 정부 최고 실세로 군림했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75·사진)은 22일 서울중앙지법 425호 형사법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해 힘없는 모습으로 고개를 떨궜다.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과 함께 시행사 대표 등에게서 8억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 기소된 그는 이날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미리 준비해 온 최후진술 원고를 꺼낸 뒤 떨리는 음성으로 읽어 내려갔다.
“어린 시절 가족 형편이 어려워 통조림 공장에서 일하기도 했고 책이 없어서 서점에서 무급직원으로 일하며 책을 읽기도 했습니다. 50년 사회생활 고비마다 난관이 있어 ‘고난을 극복하자’는 말을 되새기며 극복해 왔습니다.”
최 전 위원장은 수차례 감정에 복받쳐 울먹였고 어깨가 흔들렸다. 콧물이 흘러내려 연신 코를 닦기도 했다. 최 전 위원장 측 방청객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피고인은 자신의 사회·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 파이시티 사업 인허가 알선 대가로 8억 원이라는 거액을 받았다.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공무(公務)적 입장에서 피고인의 죄를 용서하기 어렵다”며 징역 3년 6개월과 추징금 8억 원을 구형했다.
최 전 위원장은 이날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최 전 위원장은 “수술 후 건강이 나빠졌고 심리적으로 위축됐다”며 “수감된 지 110일이 지나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온 것 같다”고 보석 허가를 요청했다. 선고 공판은 9월 14일 오후 2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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