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독도 방문]취임초부터 벼르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1일 03시 00분


韓日축구-광복절 앞두고… MB 독도방문 전격 결정 왜?

이명박 대통령의 10일 독도 방문은 그 계획부터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청와대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계획을 출입기자들에게 엠바고(일정 시점까지 보도금지)를 전제로 공개한 것은 9일 오후 3시경. 이 대통령은 바로 그 직전인 오후 2시경 독도행을 최종 결심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24시간 전에 결정된 셈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8·15 광복절을 닷새 앞둔 10일 독도행을 왜 결심했을까.

① 일본 노다 정권에 대한 깊은 실망감

이 대통령은 그동안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무성의한 대응에 깊은 실망감을 느껴왔고 더 늦기 전에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려 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지난해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비’ 철거를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성의 있는 조치가 없으면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실 때마다 제2, 제3의 동상이 설 것”이라고 강하게 대응했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선 현 정부 들어 일본 정부에 몇 차례 과거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줬음에도 노다 정부에선 더이상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실망감이 확산돼 있다. 더구나 한국 외교백서의 독도 표기를 사상 처음 항의하기까지 했다.

▶본보 10일자 A1면 日 ‘韓외교백서 독도 표기’ 첫 항의… 긴장 고조

이번 방문을 놓고 정부 일각에선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반대론도 없지 않았으나 강행한 것도 이 대통령의 이런 인식과 무관치 않다.

② ‘최초의 독도 방문 대통령’ 기록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몇 차례 독도 방문을 검토했으나 일본과의 외교 마찰 등을 고려해 번번이 접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울릉도, 독도를 방문하겠다고 생각했고 실행 계획도 세워 놓고 있었다. 지금쯤은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 8·15 광복절을 앞두고 있는 데다 마침 런던 올림픽 축구 한일전이 11일 새벽에 열리는 만큼 독도행의 정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데드라인’이 10일 전후였던 셈이다. 경북도는 8·15 당일 독도 접안시설에 독도수호 표지석 제막식을 열 계획이다. 여기엔 이 대통령의 휘호가 새겨질 것으로 알려졌다.

③ 레임덕 가속화 국면 타개

이번 독도 방문은 이 대통령이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타개에 국정운영을 집중함으로써 잇단 친인척·측근 비리로 인한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 가속화를 막겠다는 전략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보수-진보를 떠나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어젠다와 임기 말에도 할 일은 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과 청와대에 쏠려 있는 비판 여론을 상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아울러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 밀실 처리 파문으로 불거진 대일 저자세 외교 논란을 불식시키고 임기 말 대외정책 분야에서도 장악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는 듯하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독도#이명박#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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