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독도 방문]日, 주한대사 본국 소환… 방위상 “한국 내정문제” 발언 곤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1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알려진 10일 일본은 격앙된 분위기에 싸였다. 하루 전 방문 사실을 입수한 아사히신문 등 주요 일간지는 모두 10일자 1면 기사로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우익 인사들은 주일 한국대사관 앞에서 확성기를 틀어놓고 항의했다. 동아일보 도쿄 지사에도 전화를 수십 통씩 걸어와 업무를 방해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일 양국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계속하는 중에 왜 독도를 방문하는지 진의를 알 수 없다. 방문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정부 당국자의 격한 반응을 실었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레임덕에 빠진 이 대통령이 임기 중의 대일 외교관계 포기를 각오하고 인기 만회를 위해 애국 퍼포먼스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일본 언론의 반응은 약 한 달 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일본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구나시리(國後)를 방문했을 때보다 더욱 격하다. 당시 일본 신문은 2면이나 3면에 관련 사실을 한 개 기사로 간략하게 보도했을 뿐이다.

미치시타 나루시게(道下德成) 정책연구대학원대학 교수는 “메드베데프 총리는 2010년 11월에 이어 두 번째로 갔지만 한국 대통령은 최초로 갔다. 더구나 한국은 ‘우정의 국가’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일본 국민들이 이번 일로 배신감을 느꼈다”고 분석했다.

일본 우익 인사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10일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구에 있는 주일 한국대사관 주위에는 우익 인사 약 100명이 산발적으로 확성기를 들고 와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는 일본 땅이다”라고 외쳤다.

동아일보 도쿄 지사에는 “한국 대통령이 왜 일본 영토에 갔느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지사가 있는 쓰키지(築地)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서의 경찰관 2명은 직접 찾아와 “우익 인사들이 테러를 할지 모르니 낯선 우편물은 열어보지 말고, 퇴근 때에는 여러 명이 함께 건물을 빠져나가라”고 조언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더 격한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 ‘2채널’에는 “한국 대통령이 다케시마를 침략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한국 제품을 파괴하고 한류도 철저하게 짓밟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다케시마를 공격해야 할 때다” 등 과격한 글이 수천 개 올라와 있다.

‘다케시마의 날’을 정한 시마네(島根) 현은 홈페이지에 “한국 최고 책임자가 일본 고유 영토인 다케시마를 방문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게시문을 올렸다. 미조구치 젠베(溝口善兵衛) 시마네 현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유감이다. 외무성에 확실하게 대응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시즈오카(靜岡)현립대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독도 문제뿐 아니라 위안부 문제 등이 겹쳐 있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한일 관계를 사상 최악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방위상은 “한국이 내정상의 판단으로 결정했다. 타국의 내정에 이러쿵저러쿵 코멘트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말해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보수 성향의 자민당 의원들은 “독도가 한국 고유의 영토임을 인정했다”며 비난했다. 모리모토 방위상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내정상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말했을 뿐이다. 오해를 불렀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이명박#독도#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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