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도 폭파” 발언을 했는지를 놓고 여야 대선주자 측이 벌인 공방이 아전인수(我田引水)식 사료 해석으로 빚어진 해프닝으로 드러났다.
발단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이 2일 경북 안동시 독립운동기념관에서 “1965년 한일수교협상 당시 박 대통령이 딘 러스크 미국 국무장관에게 ‘문제 해결을 위해 그 섬(독도)을 폭파시켜 없애고 싶다’고 말했다”며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을 겨냥한 것. 10일엔 문 의원 캠프 진선미 대변인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논평하며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이에 박근혜 의원 캠프의 조윤선 대변인은 곧바로 “문 의원은 명백한 허위 사실 유포와 거짓말에 해명하고 사과해야 할 것”이라며 “외교문서에 따르면 발언은 일본 측에서 한 것으로 돼 있다”고 반박했다.
11일 문 의원 측은 2004년 공개된 미국 국립문서보관소 소장 ‘국무부 (기밀) 대화 비망록’을 제시했다. 여기엔 1965년 미국을 방문 중이던 박 전 대통령이 러스크 국무장관 집무실에서 “수교협상에서 비록 작은 것이지만 화나게 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독도 문제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도를 폭파시켜 없애 버리고 싶다고 말했다”고 적혀 있다.
양쪽 다 ‘외교문서’를 언급하며 상반된 주장을 해 논란이 확산되자 박 의원 측은 우리 정부가 2005년 공개한 ‘1962.9.3. 한일회담 제2차 정치회담 예비절충 4차 회의록’을 12일 끄집어냈다. 여기엔 이세키 유지로 당시 일본 외무성 아시아국장의 “독도는 무가치한 섬이다. 크기는 히비야 공원 정도인데 폭발이라도 해서 없애 버리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발언이 담겨 있다. 그러나 미 국무부 비망록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자 조 대변인은 “문 후보 측이 미국 측 특정 문서 한 구절에만 의존해서 박 대통령의 독도에 대한 입장을 왜곡했다”고 물러섰다.
두 자료는 모두 2004∼2005년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지만 양측은 논란이 심각해질 때까지 자기들에게 유리한 자료 하나씩만 내놓고 공방을 벌인 것. 특히 박 의원 측은 문 의원의 발언이 허위 사실이 아닌데도 “거짓말했다”며 논란을 키웠다.
독도 폭파 발언은 김종필 전 자유민주연합 총재도 했다. 그는 1996년 총선 때 자신이 1962년 중앙정보부장 시절 한일 수교협상 과정에서 ‘독도 폭파론’을 언급했다는 것이 논란이 되자 관훈토론회에서 “일본이 ‘독도를 한국 영토라고 고집하면 국제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말해 젊은 혈기에서 차라리 폭파하더라도 일본에는 넘겨줄 수 없다는 뜻에서 한 얘기”라고 말했다. 사료가 모두 사실이라면 독도 폭파 발언은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총재, 이세키 전 국장이 모두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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