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따른 불똥이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다툼을 벌이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로 튀고 있다. 일본 내 보수 세력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센카쿠 열도 방문을 촉구하고 나선 것. 특히 자위대는 센카쿠 열도 출동 지침을 마련 중인 것으로 드러나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센카쿠 열도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는 13일 산케이신문 기고문에서 “한국 대통령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 시찰에 일본 정부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면 왜 총리는 현재 중국에 위협받는 센카쿠 열도를 상륙 시찰해 영토에 관한 의사표명을 하지 않는가”라며 센카쿠 열도 상륙을 촉구했다. 인터넷에도 “노다 총리는 왜 (이명박 대통령처럼) 센카쿠에 상륙해 일본 영토라고 하지 않나”라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센카쿠 열도 방문 불허 방침을 고수해오던 노다 총리의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5일 국회 답변에서 ‘일본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이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조난당한 피란민들의 위령제를 8월 중순 센카쿠 열도에서 열겠다는 계획에 대해 “유족의 마음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며 방문허가 가능성을 내비쳤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12일 사설에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자극받은 일본의 고위층이 센카쿠 열도를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계했다.
일본 자위대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산케이신문은 자위대가 이와사키 시게루(岩崎茂) 통합막료장(합참의장) 지시로 중국 어선이나 공공선박이 센카쿠 열도에 접근하거나 상륙할 때 어느 시점에 어떻게 출동할지에 대한 지침을 만들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이는 노다 총리가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센카쿠 열도 등에서 주변국의 불법 행위가 발생하면 자위대를 이용하는 것을 포함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발언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일본은 센카쿠 열도 주변 경비를 해상보안청(해양경찰)에 맡겨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센카쿠 열도 분쟁은 중일 간에서 중화권 대 일본 간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홍콩 댜오위다오 보호행동위원회 소속 활동가들은 자체 보유 선박인 ‘치펑(啓豊) 2호’를 타고 12일 오후 8시 30분 홍콩을 출발해 센카쿠 열도로 향했다. 이들은 대만 동북부 이란(宜蘭) 인근 해역에서 대만 및 중국 활동가들의 선박과 합류해 이르면 14일 센카쿠 열도 상륙을 시도할 예정이다.
런민(人民)일보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13일 중국 홍콩 대만의 민간단체가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 보도하는 등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번 ‘상륙 시위’에 중국 정부의 입김이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한편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비타협 강경노선을 고수하는 것은 10년 만의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대내외적으로 중국의 힘을 과시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3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중국의 강경 노선이 지도부의 교체를 앞두고 대내외적으로 ‘취약한 시기’에 중국의 힘을 보이기 위한 국면 전환용 제스처로 분석했다. 싱가포르국립대 키쇼어 마흐부바니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장은 “중국은 앞으로 몇 달 동안 국내적으로 강하게 보여야만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 교수 겸 국무원 외교정책 고문은 “최고 지도자들이 갑자기 강경정책을 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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