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미국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서 대변인의 “할 말 없다”는 답변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자들이 말꼬리를 잡고 독도 질문 공세를 퍼부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의 당면 현안도 아닌 이슈에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한 비판적 답변을 얻어내려는 듯한 일본 기자들의 태도에 ‘브리핑 참석 기자의 예의가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장성택 중국 방문, 북-미 접촉, 북한 홍수 지원 등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간 뒤 AFP통신 기자가 “최근 논란이 되는 섬을 이 대통령이 방문했는데 미국은 한일 양국과 이 문제를 논의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대변인(사진)은 “미국의 입장은 언제나 똑같다. 우리는 이 문제에 어느 편도 들지 않으며 두 나라가 대화로 잘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처음 독도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갈 때 침묵을 지키던 일본 기자들은 브리핑이 끝나갈 무렵 작심한 듯 독도 문제를 거론했다. 일본 기자는 독도를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라고 부르며 “미국은 이 대통령의 다케시마 방문에 앞서 한국과 이 문제를 상의했거나 방문을 막으려고 노력했느냐”는 황당한 질문을 던졌다.
대변인이 “한국 측으로부터 (독도 방문에 대해) 미리 통보받지 못했다”고 하자 일본 기자는 재차 “미 정부는 방문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대변인은 “알고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본 기자가 “비슷한 질문을 하겠다”고 하자 대변인은 “이 문제에 대해 할 말 다했다. 계속 질의응답을 반복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얘기를 해줄 게 없다”며 짜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도 이 기자는 느닷없이 역사 얘기를 꺼내며 “일본의 국경은 한국인들이 이해하는 것과 다르다. 일본은 70년 전 ‘맥아더 라인’에 합의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뉼런드 대변인은 이제 지쳤다는 듯한 표정으로 “우리는 영토 분쟁에 끼어들지 않는다. 미국의 강력한 태평양 동맹국가인 두 나라가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바란다”고 답한 뒤 “이제 끝내자”며 서둘러 브리핑을 끝냈다.
이에 앞서 뉼런드 대변인은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대해 “북한이 국제사회 의무 준수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중국이 일깨워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또 최근 뉴욕 채널로 북-미 접촉이 이뤄진 것에 대해서는 “항상 뉴욕 채널은 열려 있지만 최근 북-미 간 협상에서 큰 돌파구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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