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4일 “아키히토(明仁) 일왕도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하면 좋겠다”며 “(일왕이) 한 몇 달 단어를 뭘 쓸까, 또 ‘통석의 염’ 뭐가 어쩌고 이런 단어 하나 찾아서 올 거면 올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을 하루 앞둔 이날 충북 청원군 한국교원대에서 열린 ‘학교폭력 책임교사 워크숍’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교사가 이 대통령의 10일 독도 방문에 대해 묻자 “내가 모든 나라에 국빈 방문을 했지만 일본은 (국빈으로) 안 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직설적 발언은 한일 과거사 문제만큼은 기존의 ‘조용한 외교’에서 벗어나 할 말은 하는 ‘공개 압박 외교’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이 독도 방문에 이어 일본이 가장 예민해할 일왕의 방한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한일관계는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독도 방문의 배경에 대해 “2, 3년 전부터 생각한 것이고 즉흥적으로 한 게 아니라 깊은 배려와 부작용 등을 함께 검토한 것”이라며 “일본이 가해자와 피해자 입장을 잘 이해 못해서 깨우치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커졌다고 하지만 일본이 (세계) 제2강국으로 우리와도 한참 차이가 난다”며 “일본과 많은 것을 위해 협력하고 공동으로 해 나가야 하지만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년 전 일본의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과거사 문제를 묻는 질문에 답변했던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 주먹을 쓰는 아이가 나를 아주 못살게 굴었는데 졸업하고 40∼50년 지나 한 모임에서 그 친구가 (나를) 얼마나 반가워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내 머릿속엔 ‘저 녀석, 나를 못살게 굴던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가해행위는 용서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잊지 않는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15일 8·15 경축사에서도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과거사 문제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전과 그 후로 구분될 수밖에 없다”며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통석(痛惜)의 염(念) ::
‘애석하고 안타깝다’는 뜻으로 1990년 5월 아키히토 일왕이 일본을 방문한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한일 과거사에 대해 사과의 뜻으로 한 표현.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 아니어서 사과의 진정성을 놓고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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