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중 마지막 8·15 광복절 경축사에 한 달 전부터 매달렸다. 이달 초 여름휴가에서 구상을 가다듬은 뒤 직접 펜을 잡고 쓰고 고치는 등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동안 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경축사 독회만도 10여 차례였고, 참모회의는 20번이 넘었다. 특히 광복절 닷새 전 전격적인 독도 방문으로 대일 메시지 수위와 내용이 조정되는 등 막판까지 참모들도 경축사의 완전한 윤곽을 알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 일부 표현을 직접 고르거나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정치는 임기가 있지만 경제와 민생은 임기가 없다”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코리안 루트’를 개척해야 한다” 등이 대표적이다. 최금락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코리안 루트’에 대해 “이젠 창의력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고 나만의 콘텐츠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임기 중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인 만큼 지난 4년 반에 대한 이 대통령의 자평도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론하며 “대부분의 선진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으나 우리는 위기 이전보다 10% 이상 성장했다. 주요국 중 일자리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나라는 우리나라와 독일뿐이다”라고 말했다. 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또 다른 성취로 꼽으며 “대한민국이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음을 확인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를 낭독하면서 별다른 몸짓이나 표정 변화 없이 28분간 연설을 이어갔다. 경축사는 모두 7685자로 200자 원고지 67장 분량이었다. 연설 도중 박수는 28차례 나왔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선 38차례의 박수가 나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는 대목에선 연속 3차례가 나왔고, ‘코리안 루트’ 관련 대목에선 5차례가 나왔다. 가장 많이 쓴 단어는 ‘경제’(18번)였으며 ‘위기’(13번) ‘대한민국’(10번) ‘창의’(7번) 등의 순이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이 대통령의 경축사에 이어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영웅’ 고 손기정 옹을 주제로 한 ‘나는 한국인’ 영상과 신독립군가, 압록강행진곡 등 2곡의 합창, 시대별 태극기 축하공연이 벌어졌다. 특히 독도경비대원 2명이 태극기를 들고 무대에 나온 뒤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기보배(양궁) 김현우(레슬링) 황경선(태권도) 김지연(펜싱) 선수가 선수단복 차림으로 등장해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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