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이 절 걱정하신다고 하는데 ‘김장훈, 너는 그렇게 살다가 죽어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100번 쓰러져도 일어납니다.”
악천후와 육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약속을 지켰지만 지병인 공황장애가 엄습해 병원에 다시 입원한 가수 김장훈(45)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지만 여전히 우렁찼다.
15일 오전 그가 이끄는 ‘8·15기념 독도수영횡단팀’이 독도 횡단에 성공했다. 13일 오전 7시 경북 울진군 죽변항 인근에서 출발한 이들은 220km를 약 49시간 만에 완영해 15일 오전 7시 반 독도에 도착했다. 임무를 완수한 김장훈은 울릉도로 돌아오던 중 탈진과 공황장애로 강원 묵호항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강릉 아산병원에 입원한 그는 이날 저녁 울릉도에서 대기 중이던 취재진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이제 김장훈이 독도 가는 게 뭐 대단하겠습니까. 이번 여정이 젊은이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심어 줬으면 합니다.”
병상에서도 그의 독도 프로젝트는 멈출 줄 몰랐다. 독도에서 세계 다이빙 페스티벌을 개최하겠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수백 개의 독도 사이트를 개설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올바른 동북아 역사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8·15기념 독도수영횡단프로젝트’는 고(故) 조오련의 독도 횡단에도 참여했던 최강진 한국체육대 교수가 김장훈에게 제안해 진행됐다. 한국체대 학생 40명, 김장훈과 서경덕 성신여대 객원교수, 배우 송일국, 록밴드 피아(옥요한, 헐랭) 등 50여 명이 2박 3일 동안 두 명씩 릴레이로 헤엄쳐 동해의 파도를 갈랐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김장훈은 첫날 수영 릴레이 첫 주자로 나선 이후 지병인 공황장애가 재발했다. 상비약을 복용하고 링거를 맞으며 한 차례 더 입수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14일 갑판 위에서 45번째 생일도 맞았다.
건장한 체격의 한체대 학생 40명도 두려움과 맞서 싸워야 했다. 갑판 위에선 뱃멀미를 견뎌야 하고 컴컴한 바다에선 4m 높이의 거센 파도를 뚫어야 했다. 수영 도중 구토를 하기도 했다. 한 학생은 수영 직후 저체온증으로 쓰러졌다. 학생 2명은 안전그물망을 뚫고 들어온 해파리에 쏘여 잠시 정신을 잃기도 했다.
예인선의 기름은 떨어졌고 구명보트는 고장이 났다. 모선(母船)인 한국해양대 실습선 한나라호 갑판 위는 50여 명의 수영 주자와 스태프 50여 명이 뒤엉켜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해양경찰이 울릉도에서 기름을 공수해 왔고 파손된 구명보트 역할까지 대신 수행했다.
독도에서 부르려 했던 김장훈의 ‘독립군 애국가’는 한나라호 갑판 위에서 울려 퍼졌다. 15일 오전 5시 한나라호는 독도 인근 해안에 도착했지만 독도수비대는 거센 파도를 이유로 선박의 접안을 불허했다. 고심 끝에 한국체대 소속 정찬혁(3년) 이세훈 씨(4년)만 입도하기로 했다. 그들이 안전망 없이 500m를 헤엄쳐 독도에 닿는 순간 갑판 위에선 팀원들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의 의지가 굳었던 데다 조류의 도움까지 받아 당초 예상 시간이던 오후 2시보다 6시간 이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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