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이명박 대통령의 잇따른 대일 강경 발언 중에서도 일왕의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 우익단체 관계자는 16일 "이 대통령의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 상륙과 천황(일왕) 사과 요구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이 발언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우익단체 사정에 정통한 다른 관계자는 "자신의 분노를 논리적으로 풀지 못하는이들이 재일한국인이나 관광객 같은 약자를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발언보다도 일왕 관련 언급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일왕을 현실 '권력'과 구별되는 '권위'로 인식하는 독특한 인식 구조와 관련이 있다.
우익단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왜 다케시마나 위안부 같은 현실 정치의 문제로 일본인의 권위와 자존심(일왕)까지 건드리느냐는 반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지한(知韓)파 언론인은 "천황은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되는데도 한국이 이를 무시하고 천황에게 정치적인 발언을 강요한다는 느낌을 받은 일본인들이 많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우익단체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일본인들까지 자극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수천년간 지진·태풍·쓰나미(지진해일) 등 자연재해와 맞서왔고 외국의침략을 받지 않은 채 독특한 문화를 구축한 섬나라라는 점을 이같은 인식의 배경으로 설명하는 전문가도 있다.
헌법과 왕실 전문가인 야기 히데쓰구(八木秀次) 다카사키(高崎)경제대학 교수는 "일본에서 천황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기도하는 존재"라며 "현실의 권력자(막부나 내각)는 수시로 바뀔 수 있지만, 천황은 영원히 이어지며 국민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한다. 일본에 수백년 역사를 가진 상점이 많은 것도 이점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야기 교수는 "고대 유럽의 '기도하는 왕'인 사제왕(Priest King)은 모두 사라졌지만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도 '상징천황제'라는 방식으로 이를 유지했다"고 말한 뒤 "이 대통령의 의도가 천황이나 일본인을 모욕하려는 게 아니라면 그 점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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