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독도 충돌]영토 넘어 통화스와프-안보리 어깃장까지… 日, 전방위 공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8일 03시 00분


■ 전선 확대하는 일본

일본 정부가 파상적인 독도 대응에 나선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사죄 요구 발언 이후 한층 강경해진 여론을 감안해서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인기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 대응을 총선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정부는 17일 독도영유권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1965년 한일 교환각서에 따른 조정절차 진행, 한일 통화스와프 규모 축소 검토 등 대응책을 쏟아냈다. 다만 한국에 실질적인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 전방위로 확산되는 일본의 대응조치

10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직후만 하더라도 일본 정부는 확전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무상은 ICJ 제소 가능성과 관련해 “배려가 불필요해졌다”고 언급했지만 곧이어 “영토 문제는 영토 문제로 대응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14일 이 대통령의 일왕 사죄 요구 발언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아즈미 준(安住淳) 일본 재무상은 기자회견에서 한일 통화스와프 규모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 대통령의 일왕 사죄 요구 발언에 대해 “일본 국민의 감정을 해치는 듯한 발언은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경제산업상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교섭 등 경제 분야와 관련해 “영향이 없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노다 총리도 이날 하루 “국가 주권에 관한 문제다. 불퇴진의 결의로 대처하겠다. 당당하게 한국이 응해주길 바란다”는 등 한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1993년부터 매년 개최해온 ‘한일 포럼’도 일본 측의 요청으로 연기됐다. 당초 올해는 29일부터 3일간 후쿠오카(福岡)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정치권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집권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에 항의하는 중의원과 참의원 결의안을 20일 제출하기로 했다. 야당 일각에서는 시마네(島根) 현이 주관하는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행사를 중앙정부가 주관하라고 요구했다.

일본의 이런 움직임은 같은 영토 문제인데도 중국에 대한 태도와 크게 대비된다. 일본 정부는 15일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 상륙한 7명을 포함한 홍콩 시위대 14명이 검거 과정에서 강력히 저항했는데도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빼고 입관난민법(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이틀 만에 조기송환 결정을 내렸다. 2010년 일본 경비선과 충돌한 중국인 선장을 구속했다가 희토류 수출금지 등 중국의 경제 보복에 굴복한 전례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중국에는 ‘저자세’를 보이는 반면, 우리에게는 강경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셈이다.

[채널A 영상] “일왕 사과하라” 발언 이후 일본 분위기는?

○ 내각 지지율 바닥… 강경대응 부채질

일본 정부의 강경대응은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바닥으로 떨어진 내각 지지율과 무관치 않다. 16일 지지통신 여론조사에서 노다 내각 지지율은 19.8%로 20%를 밑돌았다. 6일 발표된 아사히신문 조사에서도 22%에 그쳤다. 정권 붕괴 수준으로 지지율이 떨어져 국수주의적 목소리가 큰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패전일인 8월 15일 각료 2명이 민주당 정권 출범 후 처음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보는 시각이 많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여론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4일 온라인 독자 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0%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용서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총재 등 야권과 보수층은 민주당 정권이 러시아와의 북방영토, 중국과의 센카쿠 열도 대응 과정에서 보여준 무른 외교가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 일본 융단폭격 효과는 제한적

한국 정부는 크게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다. ICJ 제소와 한일 교환각서에 따른 조정절차는 한국에서 거부하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한일 통화스와프 규모 축소도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외환보유액이 3100억 달러(약 350조 원)를 웃돌고 있는 데다 중국(560억 달러)과의 통화스와프도 견고하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대응이 ‘상징적인 조치’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는 “한일 양국은 과거사나 영토 문제에서 계속 갈등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며 “계속 부딪치면 득 될 게 없고 손해만 크다. 정치의 계절이 끝나면 냉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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