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정권 공식석상선 처음 “李대통령 불법 상륙” 억지
ICJ 단독 제소 준비도 착수… 日공정위장 “서울포럼 불참”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상(사진)은 2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국에 의해 일본 영토의 관할권 일부를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에 의한) 불법 점거라고 말해도 좋으며 오늘부터 불법 점거라는 표현을 쓰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불법 상륙’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표현은 과거 자민당 정권 때는 종종 사용됐지만 2009년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뒤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특히 외상이 공식 석상에서 이 같은 말을 하기는 처음이다.
외무성은 또 일본 주재 각국 대사관에 독도 영유권과 관련해 일본의 주장을 전달하는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한국에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제안한 배경을 설명하고 협력을 요청할 예정이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 문제를 ICJ에 공동 제소하자는 외교서한(구상서·口上書)을 한국 정부에 보냈지만 한국이 이를 거부할 것으로 보고 단독 제소 준비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소장 작성에는 2, 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외교서한에 1965년 한일 간 분쟁 해결 각서에 기초한 조정 제안도 포함했지만 이 역시 거부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이 독도 문제로 ICJ에 단독 제소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참석한 21일 각료회의에서 독도 문제에 대한 일본의 주장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작업을 강화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겐바 외상의 ‘독도 불법 점거’ 발언과 대사관 설명회 개최, ICJ 단독 제소는 구체적 실행방안인 셈이다.
일본 공정거래위원장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주관하는 국제포럼을 2주 앞두고 돌연 불참을 통보했다. 역시 21일 각료회의에서 추가 보복 조치를 검토하기로 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22일 “오늘 오후 다케시마 가즈히코(竹島一彦) 일본 공정거래위원장이 5일 열리는 서울국제경쟁포럼에 참석할 수 없다고 전해 왔다”고 밝혔다. 2001년부터 개최돼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서울국제경쟁포럼에 일본 공정위 인사가 참석하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의 주요 매체들도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독도를 ‘시마네(島根) 현 다케시마(竹島)’로 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를 포함해 요미우리신문, 마이니치신문, 도쿄신문 등이 10일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관련한 내용을 보도하면서 이 같은 표현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는 시마네 현 다케시마’라는 표현도 늘고 있다. 다만 일본 정부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반발해 10일 소환했던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 대사를 12일 만인 22일 귀임시켰다. 한국과 일정 수준의 외교관계는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무토 대사는 이날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말로 “일한 관계는 힘들지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왔다”며 “일희일비하지 않고 착실히 해야 할 일을 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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