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 집권 민주당이 23일 한국 때리기 총공세에 나선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21일 한국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는 첫 각료회의를 열었을 때만 해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많았기 때문이다. 불과 이틀 만에 일본이 강경 모드로 돌아간 것은 한국의 총리 서한 반송에 따른 감정적인 반발과 함께 국내 정치적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에 당한 외교 콤플렉스가 한국에 대한 강경대응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 한도 넘은 융단폭격
23일 일본의 융단폭격 수위와 폭은 한계선을 한참 넘은 수준이었다. 한국의 국가원수인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상식에서 일탈하고 있다”(노다 총리), “매우 무례한 발언으로 결코 용인할 수 없다”(민주당 결의안 초안)는 등 험한 표현을 동원했다.
독도 문제에 대해 일전을 불사한다는 듯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노다 총리가 ‘불퇴전의 결의’를 언급했고 집권 민주당은 독도를 일본의 유효 지배하에 둘 것을 촉구하는 국회결의안 초안을 확정했다. 이 결의안은 여야 만장일치로 빠르면 24일 국회를 통과한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후지무라 오사무 관방장관은 독도 문제를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2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대니얼 러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과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를 잇달아 만나 외교 공세에도 나섰다. 그는 일본 취재진에 “미국 측은 일반론이긴 하지만 국제 분쟁은 평화적인 수단으로, 국제법에 근거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일본의 생각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민주당 약체외교 총선 쟁점 경계
오본(お盆·우리의 추석 격인 일본의 명절) 연휴가 끝나고 이번 주 국회가 다시 열리면서 ‘민주당의 약체 외교가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야당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 일본 사회 전반의 보수 우경화 흐름 속에 조기 총선을 앞둔 민주당으로서는 약체 외교까지 총선 쟁점이 되는 상황은 악몽에 가깝다. 소비세 인상 등으로 내각 지지율이 이미 20% 밑으로 곤두박질한 점도 노다 총리를 강경 대응으로 내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총재는 다음 주에라도 총리 문책결의안을 참의원에 제출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말 레임덕에 빠진 데다 한국에서도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있다는 점도 무차별적 ‘대통령 때리기’의 한 배경으로 보고 있다.
전후 세대가 정치의 중심으로 성장한 일본이 독도 분쟁을 빌미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적 도덕적 채무를 벗어던지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大阪) 시장은 한국에 위안부 강제연행 증거를 내놓으라고 발언했다.
외교가에서는 일본 정부와 정치권, 언론 등 사회 전체에 이번 기회에 독도 영유권 문제를 확실히 국제 분쟁화하겠다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 국지충돌 우려 속 냉각 기대
국내 전문가들은 일본 민주당이 독도에 대한 유효 지배를 촉구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이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독도를 유효 지배하려면 무력수단 외에는 없다. 하지만 이는 비현실적인 가정이다.
현실적인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본이 독도 주변에 해양탐사선을 보내 국지적인 충돌을 유발하는 사태다. 이를 통해 독도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쟁점으로 키워나간다는 것이다. 한일 간에 국지적 충돌이 전례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상당수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일본이 ‘말의 전쟁’에 나서면서도 경제 보복 조치나 자위대 파견 등 극단적인 대항책은 아직 유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일본은 여전히 중국을 최대의 위협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일관계의 파탄은 일본으로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유효 지배 ::
일본은 지금까지 한국과 마찬가지로 ‘실효 지배’라는 표현을 써왔다. 지난해 1월 간 나오토 당시 총리는 센카쿠에 대해 “유효지배하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드물게 사용한다. 한국이 쓰는 실효지배와 같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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