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23일 등기우편을 통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의 친서를 되돌려 보냈다. 일본 최고 통수권자의 친서를 우편을 통해 돌려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일본 외무성이 한일 외교 사상 처음으로 한국 외교관을 문전박대하며 친서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23일 오후 3시 40분경 주일 한국대사관의 김기홍 참사관은 노다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담은 검은색 서류가방을 들고 일본 외무성에 도착했다. 이에 앞서 전화로 외무성 동북아과에 방문 신청을 했지만 “친서 반송과 관련한 면담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해 사전 약속을 잡지 못했다.
김 참사관은 대사관 밴을 타고 외무성으로 갔지만 경비원이 정문에서 가로막았다. 평상시 대사관 차량은 곧바로 통과됐지만 이날은 예외였다. 경비원은 “사전 약속 없이는 못 들어간다고 합니다”는 말만 반복했다. 김 참사관은 다시 동북아과에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김 참사관은 외무성 정문 밖에서 대기하다가 4시 반경 다시 한 번 정문 통과를 시도했다. 하지만 일반 방문자들은 무사통과시키던 경비원들이 다시 한 번 문을 닫았다. 어쩔 수 없이 한국대사관 측은 5시 반경 우체국에 가 등기우편으로 외무성 앞으로 친서를 발송했다.
한편 김 참사관이 외무성 경비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한 극우단체는 확성기를 단 차량을 타고 와 “(일본군) 위안부가 아니라 매춘부”라고 외쳤다. 친서 반송 과정을 취재하던 일본 기자 한 명은 “친서 발송과 반송에 대한 외교적 결례 문제를 떠나서 외무성이 반송 접수조차 하지 않는 것은 너무 유치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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