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는 23일 노다 총리의 이명박 대통령 사과 요구 발언을 접한 뒤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에게 사죄하라는데 열받지 않겠느냐”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강경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청와대 측의 “말 같지 않은 주장에 대꾸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반응도, 일본의 노다 총리 서한 반송 거부에 대해 당초 “계속 면담을 요청하겠다”고 밝히던 외교통상부가 오후에 등기우편으로 서한을 보내버린 것도 이런 격앙된 분위기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는 당초 일본과의 확전이 양국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단호하면서도 차분하고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상의 전날 ‘한국의 독도 불법점거’ 발언에 이어 이날 노다 총리의 사과 요구 발언까지 이어지자 눌러왔던 감정이 폭발하는 모양새다.
일본 외무성이 독도가 자국 땅임을 주장하는 외신 기자회견을 여는가 하면 거물 정치인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까지 건드리며 “한국이 강제동원 증거를 대라”는 발언을 내놓은 것도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다. 결국 정부는 강경 대응에 나서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정부는 이날 일본 측에 반송한 노다 총리 서한에 대해서도 내용과 방법을 조목조목 다시 비판했다.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서한에 나와 있는 ‘다케시마’라는 섬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일본이 우리 주일 대사관 직원의 외무성 출입까지 차단한 것은 외교관례를 떠난 조치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노다 총리의 서한 반송을 ‘외교적 결례’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한 톤으로 역공격에 나섰다. 일본이 정상 서한을 전달할 때 첨부하는 사본도 없이 밀봉한 상태의 원본만 보낸 것, 발송 30분 만에 그 내용을 인터넷을 통해 미리 공개한 것이야말로 “비상식적이고 더 큰 결례”라고 받아쳤다. 반면 정부의 서한 반송은 그 이유를 설명하는 외교공한에 첨부하는 형식으로 보내 최대한 예의를 갖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갈등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안팎에서는 10월경 일본의 총선이 끝날 때까지는 두 나라 간 정상적인 외교 활동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더구나 일본은 앞으로도 독도가 분쟁지역임을 내세우며 전방위적으로 국제 여론전을 강화할 태세여서 정부도 이에 맞대응하는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한일 양국 정부가 브레이크 없는 전면전으로 대응하면서 국민들의 대일 감정도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인터넷과 SNS에는 일본에 대한 비판의 글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특히 일부 누리꾼은 올해가 임진년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제2의 임진왜란이 시작됐다”는 반응까지 보이며 부글부글 끓는 분노를 표출했다.
한편으론 한일 간 외교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 사회적 교류는 물론이고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협력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는 양국 간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뜻을 밝혀 놨다”며 “이제 양국 간 외교의 정상화는 일본 측의 자세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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