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와 과거사 문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한일 외교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총칼만 안 겨눌 뿐 양국 정부는 날이 선 공방으로 ‘말의 전쟁’에 돌입했고, 일본 총리의 서한 반송 문제를 놓고도 국제 외교관례상 유례 없는 신경전을 벌였다. 양국 국회도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나섰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23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사과 요구 발언에 대해 “상당히 상식에서 일탈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사죄와 (발언) 철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14일 일왕 사과 요구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가 공개적으로 사과를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노다 총리는 주변 영토 문제에 대해선 “영토·영해와 관련해 발생하는 사안에는 불퇴전의 결의를 갖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말 같지 않은 주장에 대꾸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청와대는 공식 논평을 삼갔지만 관계자들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외교통상부는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전날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상의 주장에 대해서도 강력 항의하며 발언 철회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정부는 별도의 외교문서도 보내 항의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주일 한국대사관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유감을 표명한 노다 총리의 서한을 반송하려 하자 수신을 거부했다. 일본은 이날 오후 서한을 반송하기 위해 외무성을 방문한 주일 한국대사관 김기홍 참사관의 차량을 정문에서 막고 면담 요청도 거부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노다 총리의 서한을 등기우편으로 일본 외무성에 발송했다.
노다 총리는 한국의 서한 반송에 대해 “너무 냉정을 잃은 행위”라고 비판했고,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은 “외교 관례상 통상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 정부 당국자는 “서한을 접수하기도 전에 미리 공개한 일본이 결례를 논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일본의 집권 민주당은 이날 독도에 대한 일본의 유효 지배를 촉구하는 의회 결의안 초안을 확정했다. 이 초안에는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를 하루빨리 우리 국가의 유효한 지배하에 둘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한국의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일본 정부는 대한민국의 독도 영유권을 훼손하는 일체의 주장과 조치를 전면 중단하라”는 내용의 ‘대한민국 독도 수호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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