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각료가 27일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연행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에 대한 수정 논의를 제안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일본의 마쓰바라 진(松原仁) 국가공안위원장은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고노 담화와 관련, "국무대신의 입장에서 내각의 방침을 따르지 않을 수 없지만, 2007년 각의에서 결정한 정부의 답변서에서 '군에 의한 강제동원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 만큼 각료들 간에 (수정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9년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 현직 각료가 고노 담화의 수정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아베 신조(安倍晉二) 전 총리,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 등 일본의 대표적 우익 인사들은 물론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역시 고노 담화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어서 향후 고노 담화의 수정론이 급류를 탈 가능성도 있다.
일본은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 담화에서 "위안소는 군 당국의 요청으로 설치됐고, 일본군이 위안소의 설치·관리와 위안부의 이송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위안부의 모집은 감언이나 강압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한 경우가 많았고, 관헌 등이 직접 가담한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와 군이 위안소 설치·운영이나 위안부 모집에 총체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 우익은 고노 담화에 '일본군이 위안부를 폭행·협박했다'는 말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확대해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을 부정하려고 시도해왔다.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도 아베 신조(安倍晉二) 내각부터 고노 담화를 답습한다고 하면서도 '강제 연행을 했다는 사실이 문서로 확인되지 않고, 가해자 측의 증언도 없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노다 총리 역시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고노 담화와 관련, "강제 연행을 했다는 사실이 문서로 확인되지 않고, 일본 측 증언도 없었지만, 위안부에 대한 청취를 포함해 그 담화가 나온 배경이 있다"고 전제한 뒤 "역대 정권이 답습해왔으며, 현 정권도 기본적으로 답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증거가 없기 때문에 강제성을 인정할 수는 없지만, 역대 정권이 고노 담화를 소극적으로 인정한 만큼 이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일본 우익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10일 독도 방문과 일왕 사죄 요구 발언 이후 '고노 담화'에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다. 고노의 '배려 외교'가 지금의 위안부 문제와 독도 문제를 불렀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으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명되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은 지난 21일 "위안부가 (일본)군에 폭행·협박을 당해서 끌려갔다는 증거는 없다"며 "있다면 한국이 내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 24일에는 "군이 위안소를 공적으로 관리했다는 것과 위안부를 강제로 끌고 갔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며 "고노 담화는 애매한 표현으로 일한 관계를 악화시킨 최대의 원흉"이라고 비판했다.
이시하라 도쿄도지사도"(고노 전 관방장관이) 영문도 모르면서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을 인정해 한·일 관계를 망쳤다"면서 "가난한 시대에 매춘은 이익 나는 장사였고 위안부가 장사를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와 우익 정치인들의 이 같은 언사는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 자체를 지워 없애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독도 문제와 더불어 한일 갈등에 뇌관이 더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위안부 강제 동원은 '살아있는 증거'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통해 지금도 속속 확인되고 있으며, 유엔 인권위원회와 미국 하원, 일본군 성노예 전범 국제 여성법정 등 국제사회가 역사적 사실로 인정한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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