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부총리 등 신사참배 강력 항의… 윤병세 외교 26일 訪日 전격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3일 03시 00분


외교부 “역사 망각한 시대착오 행위”… 한일 정상회담 개최도 영향 받을 듯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한일관계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일본의 역사 도발이 한국 정부를 크게 자극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아베 총리가 공물을 보내고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을 비롯한 현직 각료들이 참배한 데 항의해 일본 정부와 구체적 일정까지 합의됐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방일을 22일 전격 취소했다. 윤 장관은 26, 27일 이틀간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방일을 무기 연기한 것이다. 당분간 일본에 가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일본 정부는 역사를 망각한 시대착오적 행위를 즉시 중단하라”고 밝혔다.

정부는 특히 내각 2인자인 아소 부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한일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중대 행위로 보고 있다. 아소 부총리는 박 대통령 취임식 때 한국을 방문해 박 대통령을 접견한 인물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그에게 “한일 간의 진정한 우호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역사를 직시하면서 과거의 상처가 더이상 덧나지 않고 치유되도록 노력하고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진심 어린 이해가 있어야 한다”라는 당부를 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일본이 외면한 셈”이라며 어느 때보다 강경하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도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도 강력히 항의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이 과거 침략 역사를 심각히 반성해야만 아시아 이웃 나라들과 우호 관계를 진정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며 일본에 강한 유감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반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윤 장관의 방일 취소에 대해 “각각의 나라에는 각각의 입장이 있다. (참배 문제 등이) 외교에 너무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각료 3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데 대해 “개인 차원의 참배로 이해하고 있다. 각료의 사적 행동에 관해 정부로서 이야기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윤완준 기자·도쿄=박형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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