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을 테러리스트로, 일본군위안부를 성매매자로 서술”
누리꾼 주장에 교학사 “그런 내용 없다”
“안중근 의사는 테러리스트이고 유관순 열사는 여자 깡패란다.” “일본군 위안부를 자발적인 경제단체, 성매매업자로 보고 있다.” “일본의 역사왜곡 교과서와 비슷해지려는가?”
최근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심의위원회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 본심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교학사 교과서의 내용이라며 트위터와 블로그, 다음 아고라 등 인터넷에 올라온 글이다. 하지만 이 교과서는 본심사 통과 후 수정·보완 중이어서 8월 말 최종 합격 발표가 나기 전까지는 법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 공개되지도 않은 내용이 진짜인 듯 유포되고 이를 그대로 믿는 누리꾼들이 분노하는 양상이다.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은 보수 성향의 학술단체인 한국현대사학회가 지난달 31일 아산정책연구원과 함께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들의 좌편향성을 지적하는 학술회의를 열면서 시작됐다. 이 회의에서는 “많은 교과서들이 반미-친소의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박정희 정부의 경제적 성과에 대해 부정적인 토를 달기에 여념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기에 본심사를 통과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중 교학사 교과서의 대표저자가 권희영 한국현대사학회장(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격화됐다. 일부 신문은 뉴라이트 역사학자들이 쓴 교과서가 역사적 사실관계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2011년 정부가 확정한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가 들어간 것을 놓고 학계에서 벌어진 공방이 재현된 것이다.
인터넷에는 교학사 교과서가 김구 선생을 ‘빈 라덴 같은 인물’, 김좌진 장군을 ‘체제를 부정한 악질 테러분자’, 명성황후를 ‘외세에 의존한 수구적 인물’로 표현했다는 식의 내용도 사실인 양 돌고 있다. 뉴라이트 성향의 학술단체인 교과서포럼이 2008년 발간한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기파랑)에 이런 내용이 실렸다는 글도 퍼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대안교과서에는 이런 내용은 물론이고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유관순 열사를 여자 깡패로 묘사하거나 일본군 위안부를 성매매업자로 취급한 내용이 없다. 교학사는 지난달 31일 자사의 한국사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전혀 실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국현대사학회도 3일 권희영 회장 명의의 성명에서 “일부 신문은 우리 학회를 ‘뉴라이트 계열’이라고 표현했지만 본 학회는 뉴라이트 계열이 아니며 대안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던 사람도 없다”고 밝혔다. 강규형 한국현대사학회 대외협력이사(명지대 교수)는 “해당 신문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및 법원 제소를 준비하고 있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한 누리꾼들도 찾아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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