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와 시공사 본사 등 가족이 관계된 회사 및 자택 18곳에 대한 검찰의 압류 및 압수수색은 한 편의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15일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검찰은 보안을 철저히 유지한 채 집행을 준비했다.
16일 날이 밝자 검찰은 압류와 압수수색을 집행할 인력을 오전 7시까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전 대통령 사저와 장남 재국 씨가 대표로 있는 시공사 본사(서울 서초동), 허브빌리지(경기 연천군) 등 18곳에 배치하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오전 9시가 되자 전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 있던 검사와 수사관 등 7명은 사저의 벨을 눌렀다. 이들은 사저 관계자들에게 압류 집행문을 보여 주며 압류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알린 뒤 곧바로 집안을 수색하며 전 전 대통령과 관련이 있을 만한 동산(動産)을 찾기 시작했다.
전 전 대통령 내외는 당시 사저에 있었다. 전 전 대통령은 검사에게 “수고가 많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면목이 없다”는 말을 건넸고 특별히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집행에는 서울중앙지검의 추징금 집행 전담팀(팀장 김민형 검사) 인력은 물론이고 추징 및 수사 지휘를 맡은 외사부(부장 김형준) 소속 검사와 수사관,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 직원 등 총 87명이 투입됐다. 전직 대통령 사저 내 동산에 대한 압류가 집행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3년 서울지검과 서울지법 서부지원은 전 전 대통령 사저의 가재도구 등 동산을 압류한 뒤 경매에 넘겨 추징한 바 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이 사저에 재산을 숨겨 둔 비밀 장소가 있을 가능성에 대비해 금속탐지기까지 들고 들어갔다. 마당은 물론이고 사저 곳곳을 훑었지만 금속탐지기가 기대했던 결과를 주지는 못했다. 수사팀은 연희동 사저에서 고 이대원 화백의 그림 1점 등 10여 점에 빨간딱지를 붙였다. 따로 압수한 물품은 없었다. 이 집은 전 전 대통령 명의가 아니어서 부동산은 압류 대상이 아니다.
오후 4시 반경 7시간에 걸친 압류를 마치고 검찰 수사팀은 짙게 틴팅(선팅)된 은색 스타렉스 차량을 타고 철수했다. 실제 압수수색은 오후 4시 정도에 끝났지만 전 전 대통령이 압수수색을 나온 검사에게 계속 말을 붙여 30분가량 지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압류가 진행되는 동안 서울경찰청 제5기동단 57중대 소속 경찰 10여 명이 자택 앞 골목길 80m를 완전히 통제했다. 골목 끝에는 취재진 70여 명과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연희동에서 20년을 살았다는 건축업자 노모 씨(55)는 “남의 것 뺏어서 호의호식하는데 가만두면 안 된다”며 “이번 압수수색은 그동안 가진 돈이 29만 원뿐이라고 국민을 약 올린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큰아들 재국 씨가 운영하는 시공사, 허브빌리지 등 회사와 자택 등 17곳에 대한 압수수색도 동시다발로 진행했다. 검찰은 허브빌리지 등 연희동 사저 이외의 장소들에서 미술품과 도자기, 불상 등 130여 점을 압수했다. 검찰은 미술품과 도자기를 압수하기 위해 무진동 차량 등 특수 차량과 장비도 동원했다. 검찰은 이 물품들이 보관 과정에서 훼손되지 않도록 문화체육관광부의 협조를 얻어 국립미술관 중 한 곳에 보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확인된 재산은 물론이고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들까지도 전 전 대통령과의 관련성이 입증되면 철저히 추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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