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두환 비자금 60억원, 조카 회사에 유입 정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4일 03시 00분


檢, 이재홍씨 자택-사무실 압수수색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누나의 아들(조카)인 이재홍 씨(57)가 운영하는 조경업체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60억 원 안팎이 유입된 정황을 파악하고 이 업체의 사무실과 이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 씨는 지금까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과 관련해 전혀 거론된 적이 없는 인물인 데다 전 전 대통령의 친인척이 설립한 회사나 부동산 등에 유입된 비자금 규모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향후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 외사부장)은 13일 이 씨가 대표로 있는 조경업체 C사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과 이 씨의 자택, 다른 친인척 자택 두 곳 등 총 네 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오전부터 네 곳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이 씨를 소환해 비자금 유입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씨가 1991년 6월 C사를 설립할 당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가운데 60억 원 정도가 설립자금으로 흘러 들어간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이 씨가 지금까지 전 전 대통령의 친인척으로 거의 거론되지 않았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 씨가 전 전 대통령의 또 다른 ‘비자금 창고’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그와 전 전 대통령의 관계가 거의 알려진 적이 없기 때문에 비자금을 은닉하거나 세탁하는 데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검찰은 중소업체인 C사가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삼성에버랜드 롯데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 조경공사를 집중 수주하며 승승장구하게 된 배경도 주목하고 있다. C사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대림산업과 롯데건설의 우수협력업체로 연달아 선정됐다. 2010∼2012년 조경시설물 시공능력평가에서 연속 전국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씨는 한 지방사립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82∼87년 삼성물산에서 근무하다가 1991년 C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2011년 모범납세자 포상 후보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예나·유성열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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