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도청 의혹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을 때 워싱턴에선 이례적인 정치 현상이 나타났다. 오바마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 의원보다 공화당 의원들이 적극 대통령 옹호에 나선 것.
공화당 소속 마이크 로저스 하원 정보위원장은 “미국 정보기관이 국내외에서 국익을 보호하는 정보들을 수집하려 하지 않았다면 그게 더 큰 뉴스”라고 밝혔다.
서울시 공무원 유모 씨가 간첩행위로 기소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유 씨의 중국 출입국 기록에 대해 주한 중국대사관이 ‘위조된 것’이라는 회신을 최근 보내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민주당은 앞다퉈 “수사당국이 증거를 조작했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반면 검찰이나 국가정보원은 “중국의 지방정부로부터 받아 제출한 기록인데 중앙정부가 부인한 걸 보면 중앙과 지방정부 사이에 이견이 있는 듯하다”며 기록 자체는 위조가 아니라는 태도다.
어떤 과정에서 문서가 위조됐는지, 아니면 내용은 맞지만 공식문서로 인정받을 수 없는 건지 등은 더 조사해 봐야겠지만 분명한 건 이 문서가 국정원의 정보 인프라를 통해 얻어졌다는 것이다.
지금 중국과의 접경지대에선 북한과 한국 정보원들이 목숨을 건 첩보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자국 땅에서 벌이는 한국의 대북 정보활동을 눈엣가시로 여기며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공안 당국자는 “문건을 놓고 공개 공방을 벌이면서 그동안 닦아 놓은 인적 정보망이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변 등 변호인 측에서는 증거 조작으로 피고인이 억울하게 간첩 혐의를 받아 인권이 침해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정보전이라는 국익의 입장에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굳이 서울고법이 받아야 할 중국 측의 회신을 입수해 법정이 아닌 장외로 끌고나가 정쟁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바람직했을까.
국익과 인권 어느 쪽을 택하든 비난할 수 없지만 다만 정략을 위한 도구로는 사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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