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혁신 ‘골든타임’]
눈앞만 보고 달려온 땜질 국가경영… 인구정책 실패-세월호 참사 등 자초
선진국들처럼 百年大計 수립 시급
건국 66년, 대한민국은 그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양대 축을 중심으로 쉼 없이 달려왔다. 하지만 당장의 목표만 보고 달리다 보니 좀 더 장기적인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 결과 산업화와 민주화를 어느 정도 달성한 시점이 되어서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위기가 눈앞에 다가와 있음을 알게 됐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해 왔다. 때로는 자신들이 원하는 미래상을 정해 놓고 그것이 실현되도록 수십 년 동안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반면 우리는 지금도 어떤 문제가 터지면 그것을 해결하기에만 급급한 ‘땜질식’ 국가 경영을 계속하고 있다.
국가의 장기 미래전략은 대양을 항해하는 배에 설치된 나침반 역할을 한다. 나침반이 없는 배는 바다를 표류하거나 암초에 부딪혀 좌초하기 쉽다. 더욱이 서양에서는 100∼300년을 두고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 고령화와 양극화, 저성장화가 단기간에 일어나고 있는 한국에서는 미래 전략의 의미가 더 각별하다. 미래를 제대로 예측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그 후유증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만약 우리에게 제대로 된 국가 미래전략이나 관련 조직이 있었다면 외환위기도, 인구감소 우려도, 심지어 세월호 참사와 그로 인한 혼란도 없었을지 모른다. 한국이 과거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백년대계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세계 선진국들은 미래 예측은 물론이고 미래의 선점을 위해서도 총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40년대부터 정부와 민간연구소가 보조를 맞춰 미래 연구를 진행했다. 미국 정부는 랜드연구소 등 싱크탱크와 함께 이미 1950년대에 핵전쟁의 결과를 예측했으며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PC, 인터넷 등 세상을 바꾼 기술의 원형을 탐구했다.
유럽의 강소국 핀란드에서는 새 정부가 의회에 미래 전망 및 국가전략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우리의 이웃인 중국과 일본도 미래 예측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두 개의 100년(兩個 一百年)’이라는 장기 목표를 기반으로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0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의 자문단인 ‘21세기 일본의 구상’ 간담회가 부유하면서 덕까지 갖춘(富國有德) 국가를 만들기 위한 백년대계를 내놓았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짐 데이터 미국 하와이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부를 뿌리부터 송두리째 바꿀 각오로 미래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현재 정부 조직 자체에 미래 예측을 맡기는 것은 마치 ‘말이나 유모차에 GPS를 장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정부 조직의 대대적 개조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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