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풍력발전시스템 전문업체 A사는 전남 화순군과 경남 의령군 등 2곳에 들어설 예정인 풍력발전소에 발전기를 납품하기로 했다. 그러나 풍력발전소 건립은 아직도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각종 인허가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발전기를 만들어놓고 건립만 기다려야 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A사는 큰 타격을 봤다. A사 관계자는 “기술인력 50여 명을 회사에서 내보냈다”고 말했다.
풍력발전소 한 곳을 짓는 데는 보통 500억 원 안팎이 든다. 하지만 풍력발전소 한 곳이 들어서면 300여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지난해 기획재정부와 환경부 등은 강원 태백시, 전남 화순군, 경남 양산시 원동면과 의령군 등 4곳에 풍력발전소를 짓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산림청은 인허가를 거부했다. 발전소 건설과 유지에 필수적인 진입로를 내는 과정에서 산림 훼손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산림청을 설득했지만 발전소 착공까지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시각이다. 도로와 하천 점용 문제 등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아야 할 인허가만 해도 수십 건이기 때문이다
호텔, 병원 등 서비스업과 관련한 규제는 훨씬 심각하다. 호텔 인허가 업무는 지자체 소관이다. 최종 승인은 지자체 도시계획위원회가 하는데, 건립 계획서 제출부터 승인까지 최소 1년이 걸린다. 착공 시점이 불투명하다 보니 호텔 사업자는 투자 자금을 모으는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규제 완화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지만, 올 들어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새로 시행에 들어간 행정 규제가 551건이나 된다. 하루 평균 2건 이상씩 새로운 규제가 늘어난 셈이다.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현행 지자체 규제는 4만9209건으로 중앙정부 규제 1만5327건의 3배에 이른다.
따라서 실질적인 규제 개혁이 이뤄지려면 중앙정부가 지자체 규제 개혁을 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규제의 주체나 다름없는 지자체가 규제 개혁에 나서지 않는다면 국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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