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재정구조와 자치제도 개편, 그리고 정책결정 과정에 지방정부 참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지난달 25일 제8대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 선출된 이시종 충북지사(67·사진)는 1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권한 부족과 열악한 지방재정 여건이 지역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이 3가지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작게 보면 복지사업의 확대가 지방자치에 문제를 가져온다고 할 수 있지만 크게 보면 복지사업도 국고보조사업으로 편성되기 때문에 결국 국고보조사업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국고보조사업은 중앙정부가 사업 내용을 정하면 지방정부가 재정을 분담하는 매칭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방재정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한 지방 재정 부담이 늘어 대다수 지자체들은 공약이나 지역 현안 등 자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난을 중앙정부가 부추기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국고보조사업의 형태로 지방비 매칭을 의무화하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는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재원은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영유아보육비와 기초연금 등 사회복지비 지출의 급속한 확대로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은 한정돼 있다. 자치단체별로 재정 격차가 크다 보니 지방세로 공무원 인건비도 해결 못 하는 곳이 전체의 52%(127개)나 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중앙정부가 사회복지정책을 결정할 때에는 국가재정, 즉 국세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재원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지방세까지 포함시켜 지방재정에 부담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일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대폭 손질해 규제를 풀자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 과밀화는 결과적으로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다. 비수도권은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인구와 산업유출에 따른 폐해가 심각하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수도권에 있는 나쁜 규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의 고질적 병폐인 인구 과밀화 정책을 억제하는 것이라는 인식 개선부터 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시도지사의 의견이 중앙정부에 잘 반영되고 있나.
“시도지사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공식적인 절차도 없다. 중앙-지방 협력회의 설치를 비롯해 시도지사협의회장의 국무회의 배석, 국회법 개정을 통한 의안 제출 시 지방 의견서 반드시 첨부 등 지방정부의 국정 참여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간의 20년이 1단계라면 2단계 지방자치는 좀 더 성숙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