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찰관이 길거리에 버려진 자전거를 주인에게 찾아 줬다. 주인이 답례 차원에서 음료수 값으로 2500원 안팎의 돈을 건넸다. 이 돈은 받아도 될까. 5년 전인 2009년 핀란드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화다. 경찰관은 2유로(약 2676원)의 250배인 500유로(약 67만 원)를 벌금으로 냈고 ‘부패 경찰관’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동아일보가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시민 8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놀랍게도 응답자의 95.8%가 “음료수 정도는 받아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진국처럼 받아서는 안 되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은 25명 중 1명꼴에 불과했다. 한국 공무원행동강령도 공무원이 직무 관련자에게 돈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인식 수준은 이에 못 미치는 셈이다.
좀 더 심각한 부패에서는 어떨까. 2012년 독일의 크리스티안 불프 대통령은 주 총리 시절 주택 매입을 위해 지인에게서 시중금리보다 낮게 돈을 빌렸고, 친구가 호텔 업그레이드 비용 400유로를 몰래 치러준 사실이 문제가 됐다. 한국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인에게 저금리로 대출을 받은 공직자는 사퇴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0.5%가 “비도덕적이지만 사퇴까지는 심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불프 대통령은 “국민 신뢰가 훼손돼 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표적인 사례 두 가지만 놓고 봐도 온정적인 한국과 매정하다 싶을 정도로 혹독한 기준을 세운 반부패 선진국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전문가들은 부패 기준을 높이고, 부패를 줄여나가도록 시스템을 손질해 사회적 신뢰와 공감대를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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