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교육 현장에서 ‘청렴교육’은 그동안 입시 위주 교육에 밀려 설 자리가 없었다. 경기도교육청이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교에 보급할 ‘민주시민교과서’ 개정판에 별도의 반부패 영역을 추가하기로 한 게 청렴교육을 따로 교과서에 편성해 정규 교육과정으로 다루는 첫 사례다. 지금까지는 일부 교과서에서 ‘공직자의 덕목’ ‘청렴 위인’ 등의 형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다룬 게 전부였다. 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청렴교육을 권하는 공문을 보내지만 권고사항일 뿐이었다. 흥사단 한국투명성기구 등 시민단체가 실시하는 위탁교육도 신청하는 학교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한계가 있었다.
이 같은 주먹구구식 교육 현실은 ‘반부패 교육이 기존의 도덕이나 인성 교육으로 충분하다’거나 ‘가치관 형성보다는 정치, 행정, 제도적인 대응이 효과적’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면 해외는 다르다. 싱가포르 홍콩 등 부패청정국뿐만 아니라 부패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 파키스탄 리투아니아 등 여러 나라에서 청소년 대상 반부패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과서와 정규교과 과정에 포함시켜 가르치고 있다.
중국은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린 시절부터 교육을 해야 한다”며 2005년부터 부패투쟁교육을 초중 교과서 및 교과과정을 통해 실시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선 지역사회에서 부패와 맞선 사람들을 학교로 초대해 강연을 듣는다. 마피아, 축구 승부조작 등과 맞선 어른들을 ‘살아있는 반부패 교과서’로 활용하는 셈이다. 미국은 어릴 때부터 정규과목에서 혼날 걸 알면서도 벚나무 자른 것을 시인한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사례 등을 정직성의 표본으로 가르친다.
국제투명성기구의 청소년 청렴프로그램 책임자인 안나 타얀타이 씨는 “청렴은 부패와 마찬가지로 학습된다. 청소년들은 부패 문제의 유일한 해결사”라며 청소년 시기 반부패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도 “부패 민감성이 예민한 청소년 때부터 반부패 교육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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