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찰청이 스마트폰을 통해 내부 비리를 신고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뒤 연평균 11건이었던 고발 건수가 50여 건으로 크게 늘었다. 원자력발전소 비리 복마전으로 홍역을 치른 한국수력원자력도 스마트폰 익명 신고시스템을 도입한 뒤 신고가 20여 건으로 크게 늘었다. 익명성과 즉시성이 보장된 첨단 시스템이 부정부패 관련 신고 횟수를 늘리고, 개인에게는 내부고발의 심리적 부담을 줄여준 것이다.
청소년들은 기성세대보다 스마트폰에 더 친숙하다. 스마트폰 세대가 부정부패에 맞닥뜨렸을 때 고발이나 저항력도 더 크지 않을까.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고발 여부의 상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서울대 곽금주 교수팀과 실험을 진행했다. 영재 수학 교육기업인 ‘시매쓰’에서 준비한 고난도 창의력 수학 문제를 상암중학교 3학년 학생 70명에게 풀게 했다. 시험지 뒷장에 답안지가 있으니 채점할 때만 보도록 부탁했다. 학생들이 문제를 푸느라 끙끙대는 사이 감독자는 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교실을 나갔다. 교실에서는 미리 섭외한 도우미 학생들이 ‘티 나게’ 답안지를 넘기며 부정행위를 했다. 시험을 마친 뒤 익명 설문지를 통해 문제의 난이도와 함께 부정행위자를 적게 했다.
설문을 상관분석 프로그램에 대입한 결과 실제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할수록 부정행위 신고를 더 많이 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부정행위 고발 여부는 통계학적으로 상관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종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청소년 스스로 반부패 신고에 참여할 창구가 생겼다. 스마트 세대 맞춤형 콘텐츠 개발로 워치도그(감시인·watch dog) 기능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내부고발 시스템도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익명 신고 프로그램 업체인 ‘레드휘슬’의 박애경 이사는 “스마트폰 신고앱은 신고자의 정보보호가 관건이다. QR코드로 접근성을 높이고 앱을 다운받을 때 개인정보 액세스 권한에 동의하는 것도 필요 없게 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