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새 다리 503곳 무너진 美… 시설물 관리 年 250조원 투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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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혁신 ‘골든타임’ 2부]
선진국 “개발보다 안전” 책임관리제

우리나라보다 앞서 도시화가 진행된 미국과 일본 등은 도시시설물 노후화 문제도 일찍 겪었다. 이들은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시설물 유지보수 및 보강 사업을 위한 예산을 별도 편성하고, 유지관리 비용을 꾸준히 늘리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1930년대 급격히 도시화가 진행된 미국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시설물 노후화 대비가 미흡했다. 그런 탓에 1989년부터 2000년 사이 503곳의 교량이 붕괴되는 참사가 벌어졌다. 특히 1981년 뉴욕 브루클린교의 부식된 케이블이 끊어지고 1988년 뉴욕 윌리엄스버그교의 통행이 안전 문제로 금지되면서 노후시설물 관리가 중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결국 연방정부가 나서서 주 정부에 교량보강 예산을 별도 지원하는 등 엄격한 책임관리제를 시작했다. 또 개발보다는 안전을 중시하도록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유지보수 비용을 꾸준히 늘려왔다. 한국시설안전공단에 따르면 미국은 연간 250조 원 이상을 시설물 유지관리에 투입하고 있다. 2010년 미국의 전체 공공부문 사회기반시설 건설투자 비용 대비 유지관리 비용 비율은 15.8%였다.

1964년 도쿄 여름올림픽을 기점으로 집중 성장한 일본도 중앙정부가 시설물 유지관리 비용을 꾸준히 늘리는 동시에 직접 각 도의 시설물 상태를 챙기고 있다. 일본은 2007년 13명이 사망한 미국 뉴욕의 미니애폴리스 교량 붕괴 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국토교통성 주도로 도시시설물 수시점검 및 교량 보수 장기화 계획을 수립했다. 2010년에는 지진이 잦은 일본의 특성을 고려해 내진 설계가 부족한 시설을 집중 관리하는 등 전체 건설투자 비용 대비 유지관리 비용 비율을 우리나라(8%)의 3배 가까운 21.7%까지 올렸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역시 시설물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낡으면 무너뜨리고 다시 짓는 기존 방식으로는 안전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상효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유지보수를 위한 정부 예산이 신규 사회기반시설 투자에 밀려 집행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예방적 유지관리를 위해 별도로 시설물별 유지보수 예산을 편성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안전#책임관리제#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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