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구급차 같은 긴급자동차는 피해자의 생사를 좌우하는 골든타임에 도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긴급자동차는 출동 때마다 양보하지 않는 차량 때문에 출동시간이 늦어지면서 출동 대원과 환자 보호자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길을 터주지 않는 운전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실제 단속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전국적으로 97건이 고작이다.
한 소방공무원은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1분, 1초가 급한데 길을 터주지 않는다고 출동하다 말고 딱지를 뗄 수는 없지 않나”며 “법도 법이지만 오히려 긴급차량인 줄 알고도 길을 터주지 않는 시민들의 의식이 더 문제”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처럼 긴급자동차 길 터주기는 시민 의식을 평가하는 ‘바로미터’다. ‘성수대교 붕괴’ ‘세월호 사고’ ‘판교 환풍구 붕괴’ ‘담양 펜션 화재’ 사고 역시 발생한 시기는 다르지만 다른 듯 어딘가 닮아 있다. 바로 ‘관리자의 안이한 안전 의식’과 ‘시민들의 부족한 안전 의식’에서 비롯된 사고라는 점이다.
전문가들도 ‘안전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안전 경각심부터 일깨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조금만 신경 쓰면 생활 주변에서 충분히 예방할 수도 있지만 늘 대형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윤순 안전모니터봉사단 서울시연합회장은 “안전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고 사고는 늘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데 사회 전반에 깔린 예방 의식은 바닥”이라며 “안전관리 부실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고 강력한 처벌도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전 예산을 낭비로 보는 인식도 안전 예방 시스템 부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원철 연세대 명예교수(방재안전학회 고문)는 “안전은 지금 당장 눈으로 보이지 않으니까 투자가 필요 없다는 인식이 문제”라며 “인간이 매일 건강을 위해 관리하듯 안전도 지속적으로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이 국가의 무한책임이라는 생각도 바꿔야 한다”며 “내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개인의 책임 의식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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