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마조마’ 자영업 빚 215兆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2일 03시 00분


[국가대혁신 ‘골든타임’ 2부]또 하나의 뇌관 소상공인 채무

지난해 서울 영등포구에 식당을 열었던 최모 씨(57)는 최근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 2010년 중견기업에서 은퇴하면서 받았던 퇴직금 1억 원을 식당 개업에 다 쓴 그에게 남은 것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빌린 5000만 원의 빚이다. 식당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그는 밀린 공과금 등 생활비로 쓰기 위해 얼마 전 300만 원을 신용대출로 빌리기도 했다. 최 씨는 “고금리 대출까지 손대다 보니 앞으로 빚이 계속 불어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빠르게 늘고 있는 자영업자 부채의 부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로 자영업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내수불황까지 겹쳐 쓰러지는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기준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부채는 8994만6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36만800원 늘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12년 조사 때 7960만3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만에 빚이 1000만 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올 10월 말 현재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등 대형은행 5곳의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134조 원으로 중소기업 대출 규모(147조 원)의 91% 수준이었다. 하지만 영세 자영업자 중 상당수가 은행에서 자영업대출 대신 가계부채로 분류되는 주택담보대출 등을 받아 창업에 나서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자영업자들의 부채는 훨씬 클 것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소규모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은 지난해 215조5000억 원으로 2011년 174조4000억 원보다 41조1000억 원 늘었다.

자영업자들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자영업자 수가 늘고 있지만 내수침체로 수익을 내기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연금 등 노후준비가 부족해 60대 이상 고령층의 소득이 빠르게 감소하는 만큼 시간이 갈수록 가계부실의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수(稅收) 부족 사태가 계속되면서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하는 중기재정운용계획이 매년 큰 폭으로 수정되는 점을 들어 나라 곳간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채무가 530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균형재정 달성 시점을 자꾸 뒤로 미루다 보니 재정건전성이 나빠진다는 설명이다.

실제 정부는 2005년 재정운용계획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를 2007년경 ―1%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나랏빚은 계속 늘어 올해 재정수지비율은 ―1.7%에 이르고 내년에는 ―2.1%로 악화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획재정부는 2018년까지 재정수지비율을 ―1.0%로 낮추는 쪽으로 재정운용계획을 수정했다. 최근 국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기재정계획은 재정 상황에 연동하게 돼 있는 만큼 목표를 바꾸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재정건전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큰 만큼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워 나라살림의 균형을 맞추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문병기 weappon@donga.com·홍수용 기자
#자영업 빚#소상공인 채무#자영업자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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