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토론회장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 정책토론회에서 새누리당의 연금개혁 방안에 반대하는 공무원 노조원들이 강력한 항의의 뜻으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결국 이날 토론회는 노조원 500여 명의 고성과 야유 속에 회의를 시작하지도 못한 채 30여 분 만에
폐회됐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예상했던 것보다 공무원들의 저항이 더 셌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첫 공개토론은 아예 시작도 못한 채 무산됐다. 한국연금학회 주최로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공무원연금 대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는 공무원 노조원 500여 명이 오전 일찍부터 토론회장에 대거 참석해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취소됐다. ‘더 내고 덜 받는’ 형식의 연금제도 개혁이 출발점에서부터 난항을 겪은 것이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날 의원회관 소회의실로 장소를 옮겨 비공개로 1시간가량 의견을 나눈 뒤 헤어졌다. 논의 내용은 23일 학회 홈페이지에 게재하기로 했다.
공론화 단계부터 공무원 조직의 반대가 심해지자 여권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번 개혁안은 2009년 공무원연금 재정안정화 조치에도 정부보전금 규모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연금 신규 가입 공무원은 물론이고 이미 연금을 납입하거나 수령하고 있는 재직·퇴직 공무원까지를 대상으로 한다.
100만 공무원과 그 가족들을 상대로 하는 만큼 조직적인 저항이 거세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현 제도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크지만 공무원 조직의 ‘무조건 반대’ 기류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그나마 선거가 없는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완성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공무원 조직 전체를 등 돌리게 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공무원에 대한 추가 인센티브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만 정부가 공무원연금 보전금으로 2조 원 이상의 세금을 써야 한다. 2015년에는 보전금 규모가 연금학회 추산 3조289억 원까지 치솟는다는 전망도 있다.
가만있으면 공무원연금 곳간은 밑 빠진 독이나 다름없다. 국민연금과 동일한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2016년부터 개혁방안을 시행하되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어렵사리 정부 차원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마련되더라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장기간 표류가 불가피하다. 현재 안행위 여야 의원이 11명씩 동수로 구성돼 있는 탓에 상임위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개혁안 구성 단계부터 공무원들을 논의 대상에 포함시켜야 조직적 저항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해관계 당사자이지만 공무원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개혁안 논의 과정에 참여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만들어 놓고 발표하는 식은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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