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 마련한 100만 공무원·교원 총궐기 대회에서 연달아 구호가 울려 퍼졌다. 투쟁본부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비롯한 공무원 단체 50여 곳이 연합해 결성한 단체. 행사에는 경찰 추산 9만5000명(주최 측 추산 12만 명)이 모였다.
공무원노조 측은 “공무원 역사상 10만 명 이상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 버스 1800대를 타고 사상 최다 인원이 모이면서 당초 계획됐던 거리 행진이 안전문제로 취소되기도 했다. 이날 본행사 전에 열린 사전대회에서 사회자는 “힘들 때마다 정권은 공무원에게 ‘참고 양보하라’고 했고 우린 항상 참았다. 또다시 참으라는데 세월호 참사에서 알게 된 것은 가만히 있으면 다 죽는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100만 공무원 노동자가 똘똘 뭉쳐 이 세상 바꿔내자”고 외치자 공무원들은 “와”하고 환호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연금을 연금답게’라는 문구가 쓰인 조끼를 입고 ‘국민 노후 팔아먹는 매국노 새누리당’ ‘국민의 노후 팔아먹는 현 정부’라는 내용이 적힌 손 펼침막을 들고 있었다. 연단에 선 이옥경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미래창조과학부 지부장은 “정부가 국가재정을 걱정한다면 혈세 먹는 하마인 4대강 관리사업을 즉시 정리하고 방위사업체 비리와 이명박 정부가 말아먹은 자원외교를 국정감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총궐기 대회에는 퇴직 공무원들까지 합세했다. 이주완 한국노총 공대위 퇴직공무원협의회 회장은 “소중한 공무원연금을 공권력을 이용해 삭감하거나 문제 삼고 있다. 우리 100만 공무원이 이를 막지 않으면 군인연금, 사학연금, 국민연금까지 손을 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 국민은 불안정한 노후에 빠지고 가난과 슬픔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이례적인 의기투합을 두고 따가운 시선도 적지 않았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무원연금개혁 거리 캠페인’을 열고 ‘공무원연금을 적당히 받으라, 세금을 내는 국민은 등골이 휜다’ ‘가난한 국민이 잘사는 공무원 노후를 책임지는 건 정말 부당하다’는 팻말을 들고 비판했다. 일부 시민은 ‘공무원은 월급만 철밥통인 줄 알았는데 연금도 철밥통인가’라는 내용의 포스트잇을 행사장에 붙여놓기도 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지방에서 서울로 모이는 데 든 교통비와 버스 임차료를 비롯해 식사비, 행사 준비 비용 등까지 수십억 원이 들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공무원노조 정용천 대변인은 2일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데 약 3억 원을 쓴 것으로 추산된다. 중앙에서 일부 지원을 하긴 하지만 여비, 버스 임차료 등은 각 단체 지부단위에서 독자적으로 한 것이어서 금액은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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