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10일 대표, 원내대표 간의 ‘2+2’ 연석회의에서 ‘빅딜’을 이뤄낸 지 하루 만에 다시 충돌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시기와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의 범위를 놓고 각을 세운 것이다. 큰 틀의 합의만 이뤄졌을 뿐 세부 사안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여야, 하루 만에 ‘동상이몽’
협상 당사자로 합의 타결 직후 파안대소했던 여야 지도부는 11일 오전 기다렸다는 듯 포문을 열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무원연금과 (해외) 자원외교에 대한 국조 문제는 동시에 시작을 해서 동시에 끝나는 구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이 시작해서 같이 끝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야당과 여당이 서로 유념해가면서 협상과 함께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늦어도 내년 2월 안에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하자며 해외자원개발 국조 기간과 연동시키겠다는 취지다.
새정치연합은 내년 상반기까지 공무원연금 개혁 관련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느긋한 태도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전날 협상 내용을 소개하며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충분한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에서 충분한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국민대타협기구 성격 이견 표출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국민대타협기구’의 성격을 놓고도 여야가 맞섰다. 야당은 타협안을 마련하는 실질적인 논의 기구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여당은 이해당사자의 의견 수렴 창구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새누리당 이 원내대표는 “(국민대타협기구는) 합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며, 국회가 의견을 경청한 뒤 특위에서 활동하고 본회의에서 방망이(의사봉)를 두들기면 법안이 통과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우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시한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임시국회 안에 하자고 하는데 유럽의 경우를 보면 국민대타협기구가 1년, 2년 (논의)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국민대타협기구 구성 문제에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새누리당은 합법적인 공무원노조만 참여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새정치연합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등 다양한 노조들에도 문호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MB 정부 vs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포함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범위도 뜨거운 감자다. 새누리당 이 원내대표는 “조사 범위를 무 자르듯 이명박(MB) 정부에만 국한하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자원개발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이명박 정부로 한정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홍영표 의원은 “해외자원개발이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 형제와 정권 실세 이익을 위한 것이었는지를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여야는 이처럼 탐색전을 벌인 뒤 지도부 2차 회동에서 세부 협상의 윤곽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여야는 저마다 추가 협상안을 마련한 뒤 이르면 15일 원내수석부대표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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