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권의 ‘경제無心’… 여야, 재보선 득표전략에만 골몰
경제활성화법안 처리 사실상 손놔… 공무원연금 등 개혁현안도 미적
4·29 재·보궐선거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시급한 민생 현안들이 묻히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공포가 커지고 있는데도 여야는 입으로만 ‘경제 정당’이라고 외칠 뿐 4개 의석을 결정하는 선거에 다걸기하는 형국이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달 25일에 이어 2일 인천 서-강화을 지역을 다시 방문했다. 경기 성남 중원과 광주 서을, 서울 관악을은 이미 두 차례씩 둘러봤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도 지난달 22일과 30일 광주를 잇달아 방문하면서 표밭갈이에 분주하다.
반면 현안에 대한 여야의 협상은 파행되거나 더딘 상태다. 대표적 사례로 경제활성화법안 9개에 대한 여야 논의는 사실상 중단돼 있다.
여권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 ‘청년 일자리 창출법’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지난달 17일 여야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보건·의료를 제외하면 논의해서 처리할 수 있다’고 합의까지 했다. 그럼에도 지난달 24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4월 임시국회에서도 처리가 불투명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2일 여야가 대타협 실무기구 구성에 합의하고, 당초 합의대로 5월 2일까지 개혁안을 처리하기로 약속하면서 물꼬는 텄다. 그러나 개혁안에 대한 여야의 시각차가 커 진전이 쉽지 않다. 여당 지도부는 재·보선을 의식해 야당이 협상에 소극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의심을 갖고 있다.
▼ 일본 정관재계 ‘경제合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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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친기업정책-의회 규제완화에 재계 임금인상과 투자 증대로 화답 가계지출-증시-부동산 모두 호조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인상한 지 1일로 만 1년이 됐다. 재정 건전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한때 가계 소비가 얼어붙어 섣부른 조치였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 경제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들이 켜지면서 오히려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비세 인상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일본의 경기 회복이 기대된다며 이는 장기 디플레이션 늪에 빠졌던 1997년 4월 소비세율 인상(3→5%) 때와는 정반대라고 보도했다.
우선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가계 지출이 살아났다. 일본 통계국은 2월 가계 지출이 전월 대비 0.8% 증가해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을 뿐 아니라 시장 전망치(0.5% 증가)를 웃돌았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10∼12월) 성장률이 1.5%(연율)를 기록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다. 실물경제도 나아지고 있다. 도쿄 증시는 15년 만에 20,000엔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주요 도시 부동산 가격도 2년 연속 올랐다.
이처럼 일본 경제가 소비세 인상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관·재계가 경제 살리기 목표 하나로 똘똘 뭉친 3각 협력에 있었다. 법인세 인하를 포함해 기업 살리기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정부의 친기업 정책 드라이브와 파격적인 규제완화 법안들을 속전속결로 처리한 국회, 여기에 투자 증대와 임금 인상으로 화답한 재계의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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