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개혁특위가 문을 연 지 124일째, 드디어 접점을 찾았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과 공무원단체가 요구한 대로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에 공적연금 강화가 연계됐다. 국가재정을 바로잡자는 대원칙이 허물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도 “빚 갚으려 집 팔아놓고 집 판 돈으로 비싼 자동차를 사는 것”이라고 야당에 맞섰지만 결국 일부를 수용하기로 해 개혁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국회 선진화법으로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공무원연금 개혁을 처리할 방법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실무기구에서 접점을 찾은 단일 개혁안은 정부와 공무원단체가 모두 양보한 안이다. 매달 내는 연금 보험료를 결정하는 수치인 기여율은 현행 7%에서 9%로 5년간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30년 재직한 월급 300만 원을 받는 공무원은 21만 원에서 27만 원으로 6만 원을 더 내는 셈이다. 정부가 부담하는 비율도 공무원과 같이 9%로 인상된다.
연금 수령액을 결정짓는 수치인 지급률은 현행 1.9%에서 1.7%까지 낮추되 20년간 단계적으로 내리기로 했다. 2021년부터는 1.79%, 2026년부터는 1.74%, 2036년부터는 1.7%를 적용하는 식이다. 월 300만 원을 받는 30년 재직 공무원을 기준으로 현행 171만 원에서 153만 원으로 줄어든다.
일부 공무원단체에서 반대했던 소득 재분배 기능도 포함됐다. 다만 고소득자의 연금을 깎아 저소득자 연금액을 지원하는 국민연금 방식보다 완화된 안이 적용된다. 매년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연금수급액이 인상되지만 향후 5년은 동결된다. 연금 지급개시 연령도 60세에서 65세로 늦춘다.
실무기구에 따르면 단일 개혁안으로 개혁할 경우 2085년까지 향후 70년간 정부의 총 재정부담 절감 효과는 307조6000억 원으로 예상됐다. 새누리당이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원안(308조7000억 원)과 유사하다.
1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회동을 갖고 공적연금 강화방안에 큰 틀에서 합의했다. 공무원연금개혁안이 5월 6일 본회의에서 처리된 뒤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고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발생한 재정 절감분 일부를 이에 투입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공적연금 강화안을 언제까지 처리할지, 공무원연금 재정 절감분 중 얼마를 공적연금 강화에 투입할지는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 새정치연합은 8월 국회에서 공적연금 강화안을 처리하고 공무원연금 재정 절감분의 25%를 공적연금 강화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은 결정을 보류했다. 이에 따라 2일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담판 회동에서 최종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여야 합의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윤선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원내지도부를 잇달아 만나 협상 과정을 공유했고, 재정절감 효과를 본 뒤 수긍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새누리당 일각에서 “개혁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공무원연금개혁TF 위원장을 맡았던 이한구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원래 기대했던 것에 훨씬 못 미친다”며 “국민연금과의 격차는 여전히 큰데 그럴 바에 뭐 하러 개혁했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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