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일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합의했지만 청와대의 표정은 복잡 미묘하다. 환영하기에는 공무원연금 개혁 성과가 미흡한 데다 여야가 막판에 국민연금 수령액 인상까지 끼워 넣으면서 공무원연금보다 폭발력이 큰 국민연금 개혁 과제를 새로 떠안게 됐다.
더욱이 이번 논의 과정에서 청와대가 여당에 끌려가면서 역전된 당청 관계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동안 여당이 사전 정책 협의가 부족하다며 청와대에 불만을 나타냈다면 이번엔 청와대가 여당에 ‘월권 논란’을 제기하며 ‘역(逆)불통’을 문제 삼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 성과는 빛이 바래고 당청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3일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에 대해 아무런 논평을 내지 않았다. 의견 정리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당초 취지대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통한 재정 절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국민연금과의 통합 등 근본적인 수술도 하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2월 25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공무원연금 개혁을 화두로 던진 지 14개월여 만에 여야 합의를 이뤘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민망한 성과라는 얘기다.
게다가 재정 지출이나 국민 부담이 훨씬 큰 국민연금 수령액 인상 합의로 청와대는 뒤통수를 맞았다.
여야 합의에 앞서 조윤선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우려를 전달했지만 여당은 그대로 밀어붙였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대놓고 여야 합의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선진화법으로 야당의 입김이 세진 상황에서 개혁이 얼마나 힘든지 절감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에 대해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어떤 의견을 내느냐가 향후 당청 관계에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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