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조차 얼떨떨했다. 18일 조윤선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사진)의 사퇴는 그만큼 갑작스럽고 그 의미도 모호했다. 청와대는 조 수석의 ‘희생’을 강조했다. 답보 상태에 빠진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조 수석이 직을 던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에서 나타난 결과는 거꾸로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조 수석의 경질은 결국 (청와대가) 사회적 대타협의 산물을 부인하는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더욱이 조 수석은 ‘사퇴의 변’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애초 박근혜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논의마저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도 자유롭지 않은 ‘개악’ 논란에 다시 불을 지핀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여전히 여야 협상안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조 수석이 표면상 사퇴지만 사실상 경질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물었다는 얘기다.
조 수석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 6일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여야 합의안을 사전에 알았는지를 두고 당청 사이에 ‘진실 공방’이 벌어지면서 조 수석의 책임론이 커지자 7일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사표를 냈다는 것.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3일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는데 나는 가슴이 터질 듯 답답하다. 개혁안이 잘됐는지, 잘못됐는지 정부의 입장을 밝혀 달라”고 사실상 청와대를 압박하면서 당청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청와대는 15일 고위 당정청 심야 회동에서 국민연금액 인상을 연계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2일 여야 합의안을 존중한다”는 데 뜻을 모으며 당청 갈등이 봉합되자 조 수석의 사표를 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수석의 사퇴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김 대표는 “(여야 합의안은) 국회선진화법 때문인데 정무수석이 무슨 힘으로 그걸 막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조 수석이 책임질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입장을 밝혀 달라”고 한 김 대표의 요구에 박 대통령이 ‘수석 경질’로 답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야 협상안을 거부하려 했다면 고위 당정청 회동이 열리기 전 조 수석이 사퇴했을 것”이라며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하는 데 있어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과의 연계는 안 된다는 박 대통령의 의사를 명확히 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