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늘리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적연금 강화 방안을 실제로 추진하면 박근혜 정부 임기 동안에만 재정 부담이 18조 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소득 하위 70%에 속하는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국민연금 가입 기간 등에 따라 월 최대 20만 원 한도로 차등 지급하는 현행 기초연금 방식을 전체 고령층에게 월 20만 원을 일괄 지급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면 2014∼2017년 기준 재정 투입액이 기존 39조6000억 원에서 57조1000억 원으로 불어난다.
현행 기준으로도 기초연금에 드는 재정은 2020년 17조2000억 원, 2030년 49조3000억 원, 2040년 99조8000억 원 등으로 가파르게 늘어난다. 야당의 기초연금 확대 방안이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모든 고령층에게 월 20만 원을 주면 재정 부담이 2020년 25조5000억 원, 2030년 74조3000억 원, 2040년 157조8000억 원 등으로 폭증한다. 이 경우 전체 고령층의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한 소득대체율(평균 급여 대비 연금액 비율)은 50%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연금 적자를 줄이기 위해 개혁을 추진하다가 기초연금 지급 부담이 더 커져 재정 건전성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초연금제도는 기존 기초노령연금을 대신해 지난해 7월 도입됐다. 정부는 당초 전체 고령층에게 기초연금 20만 원을 주려 했으나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인정해 수혜 대상을 축소했다.
전문가들은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는 조건으로 기초연금 지급액을 늘리는 방안은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을 늘리는 것보다 재정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국민연금은 연금보험료로 재원을 충당하는 방식이어서 나랏돈이 직접 나가지 않지만 기초연금은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미래에 들 돈을 어렵게 절감해 놓고 당장 내년부터 기초연금에 돈을 쏟아붓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은 “현재 기초연금을 받지 않는 상위 30%에게까지 기초연금을 주면 독일 영국 등 복지 수준이 높은 나라와 비교해도 복지 수준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금 상태로도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기초연금 소요액은 2060년에 200조 원을 넘어서는 만큼 정치적 명분에 따라 기초연금에 손을 댔다가는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따라서 정치적 줄다리기를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금센터장은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늘리면 불과 3, 4년 뒤면 연금 지급을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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