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가 29일 새벽 우여곡절 끝에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여당 내부에서는 “협상 과정에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손상을 입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 역시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서로 소통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친박 “초등학생 vs 대학생 협상” 비판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내부에서도 큰 박수를 받지 못했다. 이미 합의한 개혁안을 6일 본회의에서 처리하지 못한 데 이어 28일 본회의를 하루 연기하는 진통을 겪는 등 절차도 매끄럽지 못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과제를 제대로 처리했느냐를 놓고도 갑론을박이 거세다.
특히 친박(친박근혜)계는 대놓고 반발했다. 29일 새벽 본회의 표결에서 친박계인 대통령정무특보 김재원, 윤상현 의원 등은 반대표를 던졌다. 친박계 좌장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기권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내에선 ‘초등학생’(새누리당)과 ‘대학생’(새정치민주연합) 간의 협상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국회법 개정은 원칙 없는 정치적 성과주의에 매몰돼서 삼권분립에 위배되는 입법사고를 일으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도 “(공무원연금 협상 과정에서) 전략과 능력의 부재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 새정치 문재인-이종걸 ‘엇박자 소통’
새정치연합 내에선 이번 협상 결과를 두고 “손해 본 장사는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친노(친노무현) 당 대표-비노(비노무현) 원내대표’ 동거 체제의 첫 대여 협상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드러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 원내대표가 당 대표와 의원들의 의견도 제대로 듣지 않고 본인의 소신을 막무가내 식으로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을 하면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해임,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 등을 추가 조건으로 내세우며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는 없다”고 버텼다. 이 때문에 여야 협상은 파국 직전까지 치달았다. 심지어 이 원내대표는 본인이 합의문에 서명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본회의 표결에서 기권 표를 던지기도 했다.
두 사람은 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문 대표는 다른 사안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를 연계하지 말라는 뜻을 내비쳤지만 이 원내대표는 ‘연계 전략’을 고집했다. 이번엔 두 사람 간에 별다른 잡음이 없었지만 향후 다른 사안에서 또다시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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