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 역할을 맡았던 정윤회 씨가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내용의 청와대 내부 문건이 외부 유출된 데 대해 가장 긴장하는 쪽은 경찰이다. 이 문건의 작성자인 박모 경정이 직접 유출했거나 여러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특정 언론사에 흘러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 경찰이 문건 유출?
경찰은 박 경정이 청와대에서 무단 반출한 문건들을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관리부 산하 정보분실 직원들이 몰래 복사해 외부로 유출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당황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30일 정보분실 직원들을 상대로 경위를 파악한 결과 “박 경정이 정보분실 사무실에 짐을 두고 간 것은 맞지만 내용물을 확인한 직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박 경정은 청와대 파견이 공식 해제되기 이틀 전인 올해 2월 10일 정보분실 사무실에 쇼핑백과 상자를 가져다놓았다. 쇼핑백과 상자가 각각 1개였다는 주장도 있고, 짐이 더 많았다는 진술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경정은 경찰복 등을 옷걸이에 걸어놓고 상자는 밀봉한 상태로 뒀다가 같은 달 16일 찾아갔다.
경찰 관계자는 “박 경정은 마침 비어 있던 정보분실장 자리에 자신이 발령 날 줄 알고 미리 짐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경정은 3월 7일자로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정보보안과장으로 발령 났다.
서울경찰청 조사대로라면 박 경정의 짐은 정확히 1주일간 정보분실 사무실에 방치돼 있었다. 경찰은 이 기간에 내용물을 들여다본 직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직원은 “직속상관이 될 수 있는 사람의 물건을 어떻게 함부로 뒤지느냐”고 해명했다고 한다. 박 경정은 “그 짐에 문제가 된 문건은 아예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정식 감찰이 아닌 경위 파악 수준의 조사여서 유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자체 감찰 결과를 누가 인정하겠느냐”며 “정확한 유출 경로는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청와대 내부 ‘절도’ 가능한가
박 경정 측의 주장대로 박 경정이 문건을 무단 반출한 게 아니라 누군가가 공직기강비서관실 사무실로 몰래 들어와 빼돌렸다 하더라도 언론사에 최종 전달한 이는 경찰이라는 주장도 있다. 박 경정이 작성한 비위 및 감찰 보고서가 청와대 직원에게서 검찰 직원으로, 다시 경찰로 넘어가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언론사에 흘러들어갔다는 얘기다.
이 주장은 민감하다. 이 주장대로라면 1차적으로 청와대 직원이 박 경정의 서류를 절도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 사무실은 해당 직원 외에 문을 열 수 없다. 만약 공직기강비서관실 내부 직원이 나서지 않았다면 대통령총무비서관실의 협조가 필요하다. 모든 사무실의 문을 열 수 있는 마스터키는 총무비서관실에만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직원들이 문건 유출에 조직적으로 가담했다면 그 파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청와대 내부에서 ‘암투’가 공공연히 이뤄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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