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 딸 우승 놓친뒤 경찰-문체부 잇따라 현지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정윤회 문건’ 파문]문체부 인사개입 의혹
정윤회씨 인사개입 의혹의 발단 ‘2013년 4월 상주 승마대회’ 무슨 일이
정씨측 판정-마방배정 불공정 주장, 경찰 조사… “이상 없어 내사종결”
이후 문체부가 승마協 운영 조사, 담당 국-과장 교체… 사유 불명확

지난해 9월 문화체육관광부 노태강 체육국장과 진재수 체육정책과장이 전격 경질되는 과정에 정윤회 씨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의 발단은 이들의 경질 5개월 전 대한승마협회 주최로 열린 전국승마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4월 초 경북 상주국제승마장에서 제42회 KRA(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는 정 씨의 딸인 정모 양(18)이 마장마술 종목 선수로 참가했다. 4세부터 승마 교육을 받은 정 양은 고등부에서 최강자로 지내왔다. 일반부 경기에서도 2, 3위권에 꾸준히 들었다.

그러나 이 대회에서는 경남 창원 지역 고교에 재학 중이던 김모 선수에게 밀렸다. 승마계에 따르면 김 선수는 2011년 생활체육 전국승마대회 등에서 수차례 입상 후 2012년 독일에서 1년간 전지훈련을 통해 실력을 쌓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다.

김 선수는 4월 상주 대회 한 달 전에 열린 제37회 전국단체승마대회에서 공식 경기 데뷔전을 치렀다. 그런데 마장마술 S-1클래스 고등부에서 1위, A클래스 3위, B클래스 2위를 차지하면서 승마계의 시선을 모았다.

김 선수는 두 번째 참가했던 상주 대회에서 정 양을 앞섰다. 김 선수는 마장마술 중·고등부 A클래스에서 2마리 말을 번갈아 타고 1, 2위를 독식했다. 3위가 정 양이었다. 고등부 C클래스에서는 정 양이 1위를 했지만, 중·고등부 S-1클래스에서 김 선수가 정 양을 2위로 밀어내고 다시 1위를 차지했다. 고등부 B클래스에서도 김 선수가 1위, 정 양은 3위에 그쳤다.

승마계에 따르면 당시 정 양 측이 심판진에 강하게 심판 판정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양 측은 말이 머무르는 ‘마방’ 배정에도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에 출전하는 말은 대회 임시 마방에 머무는 게 원칙인데, 주최 측이 특정 선수에게 상주국제승마장 자체 시설인 정식 마방을 내줘 말 컨디션 관리에 이점을 얻었다는 것이다.

대회 관계자는 “상주승마장은 대회 때 대부분 말이 임시 마방(185개)을 쓰고 말이 예민한 경우에는 정식 마방을 쓰기도 하는데 시설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대회 관계자와 승마장 관계자들은 경찰이 마방 불공정 배정과 편파 판정 문제와 관련해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대회 관계자는 지난해 9월 본보와의 통화에서 “마방 배정 부분을 조사하면서 판정 문제까지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심판진도 일부 조사받은 것으로 안다. 당시 문체부 관계자들까지 와서 점검을 다 하고 갔다. 큰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내사했던 경북지방경찰청 이모 수사2계장은 5일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대회 때 3관왕을 차지한 선수가 마방을 특혜 배정받았다는 학부모 항의가 많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에 들어갔지만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종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윤회 씨 딸이 대회에 출전한 것도 몰랐고 그를 대상으로 특혜 관련 수사를 한 일도 전혀 없다. 당연히 정윤회 씨 딸 이름이 들어간 서류도 없다”며 “뒤늦게 내사 종결한 사건을 두고 시비가 생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승마계에 따르면 경찰 내사가 끝난 이후 7월경부터 특정 지역 승마협회에 대해 문체부가 예산 지출 명세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사 관계자인 노 국장과 진 과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교체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정 양은 지난해 4월 대회 직후 열린 두 대회에서 다시 1위를 했다. 정 양은 올해 2014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국가대표로 선발돼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유재영 elegant@donga.com·상주=장영훈 기자
#정윤회#인사개입#승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