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박관천 검찰조사서 진술
“진원지 파악해보라고 해 추적하다 정윤회 동향 첩보 입수, 문건 작성”
사실관계 확인 위한 조사는 안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 동향 문건은 ‘비서실장 교체설’의 진원지를 파악하라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7일 알려졌다. 하지만 김 실장은 이 보고를 받고서도 아무런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과 체육정책과장의 전격 경질에 앞서 이들을 감찰한 청와대 보고서도 김 실장의 지시로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직접 김 실장에게 감찰을 지시했는지, 이 과정에 정 씨의 입김이 작용했는지가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윤회 동향’ 문건을 작성하고 보고한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부터 정 씨 동향을 파악하려 한 것이 아니라 ‘실장 교체설’을 누가 퍼뜨리고 있는지 추적하는 과정에서 정 씨와 박 대통령의 측근 보좌진 간 회동 첩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박 경정의 진술과는 별개로 전직 국세청 간부 A 씨를 최초 제보자로 지목하고 7일 A 씨를 소환 조사했다.
하지만 문건의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추가 조사는 없었다고 한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했던 복수의 전직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경정은 첩보 내용이 심각하다고 보고 조 전 비서관에게 이를 구두로 보고했다. 이에 조 전 비서관이 ‘보고용 문건’을 만들도록 지시해 ‘정윤회 동향’ 문건을 작성했지만 첩보 내용을 그대로 옮겼을 뿐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보고를 받은 김 실장은 아무런 추가 지시를 하지 않았다. 김 실장은 최근 여권 관계자에게 “(보고된) 내용을 보면 사실 확인이 안 돼 있고, 증거도 없었다. (내 선에서) 묵살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체부 국장과 과장에 대한 감찰 보고서도 김 실장이 직접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조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한 전직 인사는 “솔직히 경질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며 “하지만 위에서 시킨 것이니 그에 맞춰 보고서를 올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경질을 지시했다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주장과 맞물려 향후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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