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윤회 동향’ 문건을 둘러싼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격돌했다. 전날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지도부 초청 청와대 오찬에서 “‘찌라시(정보지)’에나 나오는 이야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발언한 것이 뜨거운 쟁점이 됐다.
○ 새정치연합 “대통령 발언, 수사 가이드라인”
새정치연합 우윤근 의원은 출석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생산한 공식 문서냐, 찌라시냐. 국정 최고책임자가 찌라시라고 하는데 적절한가”라고 따졌다. 황 장관은 “이제 막 수사가 시작됐다.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각 우 의원은 “대통령의 말은 신성불가침인가? 대통령이 무슨 왕인가?”라며 “대통령에게 ‘이 말씀은 잘못됐습니다. 수사에 영향을 줍니다’라고 얘기하는 게 올바른 태도 아닌가”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찌라시’ 발언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지만 황 장관은 “대통령 발언을 제가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전해철 의원은 “‘(찌라시 발언은) 대통령의 판단에 불과하다’고 말해보라”고 다그쳤지만 황 장관은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여러 번 말했다”고 응수했다.
박지원 의원은 “박 대통령이 (지목된 대통령비서관 3인방에 대해) ‘우직하게 15년 동안 일한 사람’이라고 말한 상황에서 (어떤 검사가) 대통령의 말을 거역해 수사하겠나”라고 호통을 쳤다. 이어 박 의원이 “검찰에 전화를 걸어보니 대통령이 사실상 (찌라시로) 결론을 내려 ‘암담하다’고 하더라”고 하자 황 장관은 “수사팀에서 그런 말을 했느냐”며 얼굴을 붉혔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은 “대통령 주변 인물에 대해 의혹이 있고, 해명 취지로 말한 것을 가이드라인이라고 매도하면, 우리 국민도 억울한 일이 있어도 말 한마디 못하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황 장관은 “그렇다”고 호응했다. 같은 당 이한성 의원 역시 “대통령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직접 찌라시라는 말까지 쓰며 개탄했겠느냐”고 가세했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은 “(정윤회 씨와 ‘십상시’ 등 비선라인 인사들 간 비밀회합 의혹이 제기된) 강남 J식당도 수사 대상이냐”고 물었고, 황 장관은 “고발된 것을 중심으로 수사하되 수사 단서가 있고 범죄의 단초가 되면 빠짐없이 수사할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 황교안 ‘신 7인회’ 의혹 일축
새정치연합 임내현 의원은 황 장관에게 “신(新) 7인회가 있고, 황 장관도 들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추궁했다. 황 장관은 “금시초문이다. 만나본 적도 없다”며 일축했다.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 모임인 ‘7인회’에서 따온 ‘신 7인회’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체제 들어 법조인 출신 인사 7명이 부상하고 있다는 한 언론 보도에서 비롯됐다.
황 장관은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판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이 ‘박 대통령이 승마협회 감사와 관련해 문체부 담당 국·과장을 경질하도록 지시했다’고 한 유 전 장관 발언의 적절성 여부를 지적하자 황 장관은 “공직자가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 신제윤 “서금회 사람 만난 적도 없다”
이날 법사위에서는 서강대 출신 금융회 모임인 ‘서금회’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박지원 의원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에게 “서금회의 ‘정윤회’는 누구냐”고 따져 물었다. 신 위원장은 “(서금회는) 언론에서만 들었다. 서금회 사람은 만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야당만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장관들이 제 역할 못해서 소문이 나고 확대되는데 금융계만큼은 그러지 않도록 모범을 보여야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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