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천천히” vs 김종 “신속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정윤회 문건’ 파문]문체부 인사 난맥
2013년 체육계 비리개혁 속도 갈등, 장-차관 사이 어떤 일이…
劉장관 편들던 체육국장 좌천… 金차관과 사제인연 우상일로 교체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체육계 비리 개혁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유진룡 전 장관과 김종 제2차관이 개혁 속도를 놓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장관은 “체육계가 모두 비리 단체는 아니다. 점진적으로 바꾸자”라고 주장한 반면 김 차관은 “승부 조작, 체육입시 비리, 성폭력, 체육조직 사유화 등 체육계 4대악을 신속히 정리하겠다”며 다른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체육계 개혁은 지난해 5월 한 태권도 선수의 아버지가 심판의 편파 판정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은 뒤 박근혜 대통령이 7월 국무회의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다음 달 체육단체 감사 계획을 문체부가 발표했다. 하지만 일주일도 채 안 돼 담당 체육국장과 과장이 물러났다. 이후 유 전 장관은 체육국장엔 박모 국장을 임명했고 한양대 교수이던 김 차관은 10월 부임했다.

김 차관은 “청와대가 체육계 개혁을 위해 나를 보냈다”며 “속도를 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유 전 장관은 개혁엔 공감하면서도 체육계 전체를 죄인처럼 만들지 말자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와 체육계에 따르면 당시 박 국장은 유 전 장관과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박 국장은 임명된 지 불과 6개월 만인 올 3월 자리에서 물러나 중앙공무원교육원으로 파견됐고 김 차관 라인인 우상일 현 국장으로 교체됐다. 당시 우 국장은 문체부 산하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으로 있다가 1년 기한의 해외 연수를 떠난 지 7개월이 채 안 됐을 때였다. 한 체육단체 관계자는 “김 차관이 한양대 교수 시절 박사과정 제자였던 우 국장을 데려오기 위해 청와대에 부탁한 것으로 안다. 유 전 장관은 당시 ‘체육국장을 바꾼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바꾸나’라며 반대했으나 결국 김 차관 뜻대로 됐다”고 말했다. 김종덕 장관이 부임한 뒤 10월 조직 개편으로 기존 4실 6국이 6실로 바뀌었다. 김 2차관은 그동안 1차관 소관이던 종무실과 관광체육레저정책실 분야까지 맡게 돼 역할이 더 커졌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유진룡#김종#정윤회 문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