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 동향 문건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 행위(1일 수석비서관회의)” “찌라시에나 나오는 얘기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7일 새누리당 의원단 오찬)”이라며 최근 비선 논란에 적극 대응하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 그 대신 내년 국정 방향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비선 논란을 빨리 매듭짓고 국정을 정상화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각 부처의 평가가 시작됐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평가의 중점 기준이 무엇인지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이 어떻게 (정책을) 체감하느냐를 상당히 중요하게 평가할 것”이라며 “금년에 정부가 추진한 주요 정책들이 제대로 달성됐는지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평가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개각설과 맞물려 파장을 낳고 있다. 정책 체감도가 떨어지는 부처 기관장에 대해서는 문책이 뒤따를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읽히기 때문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내년 1월 12일부터 2주 동안 5차례에 걸쳐 부처 업무보고를 받을 계획이다. 만약 개각을 단행한다면 ‘정윤회 동향’ 문건 수사가 마무리되는 이달 말부터 내년 1월 12일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업무보고는 4개 주제별로 부처를 그룹 지어 진행한다. 4개 주제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통일준비 △국가혁신 △국민행복이다. 이 중 경제혁신과 관련해서는 2차례 업무보고를 받는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는 부처 업무보고가 15차례, 올해는 9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집권 3년 차인 내년이 정책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업무보고의 부담을 덜고 속도감 있게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업무보고 횟수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도 이날 “내년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첫해”라며 “우리 경제의 구조개혁과 혁신, 경제 재도약을 위한 방안 하나하나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무게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부동산 3법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지원 법안과 규제개혁 법안, 공무원연금법을 비롯한 공공부문 개혁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며 “법안이 제때 처리되지 못한다면 예산 집행만으로 우리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부정부패 척결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공공정보 공개 등 정부 3.0을 더욱 확산해 국민이 정부에서 하는 일들을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부정부패 척결은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추진 중인 국가혁신과 경제혁신의 기본 토대”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무조정실과 권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협업을 통해 부패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발굴, 추진하고 공직자들의 의식 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