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檢조사후 취재진과 52분 추격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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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 파문/용두사미 ‘체육비리 척결’]
에쿠스 타고 과천-안양 돌아 서울로
하차뒤 “저도 좀 쉬어야 하는데…” 담배 한갑 산뒤 택시타고 사라져



‘비선 실세’로 지목받아 온 정윤회 씨(59)가 11일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뒤 정 씨와 그를 쫓는 취재진 사이에 추격전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1시 43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온 정 씨는 검은색 에쿠스 차량에 탔다. 전날 검찰 출석 시 사용한 에쿠스와 차종은 같았지만 번호가 달랐다. 언론사 차량 10여 대가 정 씨를 태운 차량을 추격했다. 차량은 경기 과천시와 안양시 등을 돌아 다시 서울로 왔다. 이 과정에서 차량은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두 차례 유턴을 하고, 과속과 신호 위반을 일삼았다. 서울 서초구로 들어선 뒤부터는 골목을 지그재그로 이동하면서 일부 취재진을 따돌리기도 했다.

정 씨는 오전 2시 35분경 서울 서초구 모 호텔 인근에서 하차했다. 그는 본보 기자에게 “너무 따라붙어서 (차에서) 내린 거다. 저도 인간인데 좀 쉬어야 하는 것 아니냐. 10시간 넘게 (검찰) 조사받은 사람인데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표정은 일그러졌지만 말투는 침착했다. 정 씨는 검찰 조사 내용에 대해 “박관천 경정에게 문건 타이핑을 지시한 사람은 검찰 조사로 밝혀질 것”이라며 “박 경정은 자신은 행정관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말했다. 문건 유출을 지시한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짧은 인터뷰를 마친 정 씨는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을 산 뒤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정 씨를 태운 택시기사 A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 씨가 기자들이 쫓아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처음에는 압구정동으로 가자고 하더니 이동 중에 고속터미널이 보이자 돌연 내려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택시요금은 5100원가량 나왔는데 정 씨는 “기자들을 따돌려줘서 고맙다”며 1만 원을 낸 뒤 거스름돈을 받지 않았다. 고속터미널 건너편에 내린 이후부터 정 씨의 행적은 파악되지 않았다. A 씨는 “정 씨는 택시 안에서 근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정윤회 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찰의 조사를 받은 뒤 11일 오전 1시 43분경 청사를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정윤회 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찰의 조사를 받은 뒤 11일 오전 1시 43분경 청사를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정윤회#정윤회 동향 문건#정윤회 추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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