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동향’ 문건 내용의 진위와 유출 경로를 수사 중인 검찰은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48·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다량의 청와대 문건을 반출했고, 문건 유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되자 자신이 지목되는 것을 피하려고 청와대에 거짓 얘기를 전달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와 특별수사2부(부장 임관혁)는 청와대의 특감 자료를 토대로 박 경정과 사건 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 박 경정이 4, 5월경 문건 유출 문제를 놓고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2)과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 소속이었던 오모 전 행정관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을 파악했다.
4월 세계일보에 ‘비리 청와대 행정관 징계 없는 원대 복귀’ 기사가 보도되자 청와대는 문건 유출자를 색출하기 위해 감찰에 들어갔다. 유출자로 문건 작성자인 박 경정이 의심받았고 조 전 비서관도 문책성으로 경질됐다. 다급해진 박 경정은 조 전 비서관과 상의했고, 조 전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에게 “누군가에 의해 문건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제보했다. 오 전 행정관은 가짜 문건 유출의 경로를 담은 보고서와 문건 촬영본 106쪽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보고서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의 누군가가 문을 따고 공직기강팀 사무실에서 문서를 반출해 복사한 뒤 이를 검찰 수사관에게 넘겼고, 정보 경찰에게 또다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이런 사실관계를 확인했으며,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 오 전 행정관 모두 문건 유출 경로 파악에 혼선을 주려는 의도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형사처벌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
박 경정은 검찰에서 “문건이 세계일보로 흘러들어간 것을 알고 A 기자에게 출처를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 기자는 최 경위와 만나 ‘최 경위가 A 기자에게 문건을 건넸다’는 취지의 음성을 녹음한 파일을 박 경정에게 전달한 정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경정은 이 파일을 자신이 문건 유출과는 무관하다는 증거로 활용하려 했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검찰은 문건 유출 혐의를 받은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최 경위와 한모 경위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박 경정이 2월 초 청와대에서 경찰로 복귀하기 전에 한꺼번에 출력한 수백 건의 문건을 상자 2개에 나눠 담아 정보1분실로 보내 놓은 것도 최종 확인했다. 특히 박 경정이 ‘정윤회 문건’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이 상자 안에 함께 두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한 경위는 이 상자를 뜯어 1000여 쪽을 꺼내 복사했고, 최 경위는 한 경위에게서 문건 일부를 건네받아 평소 알고 지내던 세계일보 A 기자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경위가 유출한 것으로 검찰이 확인한 문건은 3건이며, ‘정윤회 문건’도 최 경위가 건넸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다음 주에 조 전 비서관과 오 전 행정관을 소환해 문건의 대량 유출 과정, 청와대와 박 회장에게 문건 유출 사실을 알린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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