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문건보도 기자-박지만’ 靑문건 전달과정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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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 파문]檢, 박지만 출국금지… 12월 셋째주 소환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을 다음 주에 ‘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 사건 등의 중요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할 계획인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박 회장이 현직 대통령의 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논란의 핵심 인물로 부상한 상황에서 직접 조사 없이는 복잡하게 엉킨 의혹의 실타래를 풀 수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올해 5월 박 회장에게 유출된 청와대 문건이 전달된 배경을 놓고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과 청와대 측의 설명이 엇갈리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 회장은 세계일보 기자로부터 총 100여 쪽 분량의 청와대 문건들을 건네받은 뒤 이를 정호성 대통령제1부속비서관과 남재준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비서관은 “세계일보 기자로부터 문건을 받아보니 (문제가) 심각했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나 홍경식 당시 민정수석비서관보다는 박 회장이 믿을 만하다고 판단해 문건을 전달하도록 했다”고 주장해왔다. 문건 유출 경위 파악을 청와대에 강력히 요구하기 위해 대통령의 동생인 박 회장을 앞세웠다는 것이다. 당시 전달된 문건은 대부분 박 회장 부부의 동향과 관련된 내용으로 알려졌다.

반면 청와대 측은 조 전 비서관이 뭔가 의도를 갖고 박 회장에게 문건이 전달되게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문건이 유출됐다면 곧장 자신의 후임인 권오창 공직기강비서관 등 공식 라인을 통해 알리는 게 상식적인 대응인데 굳이 박 회장에게 보고한 것은 “정윤회 씨가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등의 문건 내용을 박 대통령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는 등 다른 의도가 깔려 있었다는 시각이다.

유출 문건을 전달하는 자리에는 박 회장의 최측근인 전모 씨도 동행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조 전 비서관이 문건 유출 이전부터 전 씨를 통해 박 회장에게 청와대 동향 등을 비선으로 ‘보고’해왔고, 이를 정당화하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유출 사건을 활용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전 씨는 조 전 비서관의 부하 직원들을 따로 불러 밥을 사주는 등 친분을 유지하며 조 전 비서관과 박 회장의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도 문건 유출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지만 검찰은 박 회장의 신분이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정 씨가 박 회장을 미행했다”는 내용이 담긴 시사저널의 3월 보도도 주요 확인 대상이다. 이 보도는 정 씨와 박 회장의 ‘권력 암투설’과 정 씨의 비선 실세 의혹을 확산시킨 결정적 계기로 꼽힌다. 정 씨는 시사저널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는 10월 박 회장에게 서면 조사를 요청했지만 박 회장은 이에 응하지도, 보도에 나오는 ‘미행자의 자술서’를 제출하지도 않고 있다.

최근 박 회장은 결혼 10주년(14일)을 맞아 부부 동반으로 태국 여행을 갈 계획이었으나, 검찰은 박 회장을 출국 금지했다. 박 회장의 측근도 “꼭 필요한 경우라면 회피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검찰 소환에 응할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종 의혹과 관련해 털어낼 것은 털어내고 밝힐 것은 밝히는 것이 박 회장을 위해서도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최우열 기자
#정윤회 문건#조응천#박지만 출국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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