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파문]
“靑파견 경찰관, 韓경위에게 말해” 11일 구속영장 실질심사서 주장
靑 “두 사람과 접촉한 적 없어”… 韓경위도 “사실 아니다” 부인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던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 경위와 한모 경위에 대한 구속영장이 12일 새벽 법원에서 둘 다 기각되면서 검찰의 문건 유출 경로 추적 수사는 주춤하는 양상이다.
11일 구속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최 경위는 “대통령민정수석실에 파견된 경찰관이 ‘혐의를 인정하면 불입건해줄 수 있다’고 한 경위에게 말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한 경위는 ‘내가 문건을 먼저 복사한 뒤 최 경위에게도 일부 건넸다’고 자백을 했다.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영장이 청구된 두 사람 중 한 경위는 자백을 하는데 최 경위는 어떤 이유로 부인하느냐’는 취지로 묻자 최 경위는 “드릴 말씀이 있다”면서 이 얘기를 꺼냈고,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자신을 구속하려 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취지로 항변한 것. 최 경위는 “검찰에 체포되기 전날인 8일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관이 한 경위에게 선처 얘기를 했다고 한 경위가 나에게 알려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최 경위에 이어 진행된 한 경위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한 경위에게 “체포되기 전에 최 경위를 만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한 경위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측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이후 민정수석실 산하 누구도 두 피의자와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선처 약속’의 진위는 가려지지 않았지만 법원은 영장 기각 사유로 “법리 적용이 명확하지 않고 범죄 혐의 소명이 덜 됐다”고 밝혔다. 혐의 소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법리 적용도 애매하다는 얘기다. 검찰은 최, 한 경위에게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했지만, 법원은 이들이 유출한 문건이 ‘비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내용이 진실한 건지도 알 수 없는 동향 보고서들인 데다 실질적으로 국익을 위해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비밀로 볼 수 있다는 게 기존 법원의 판례다. 최, 한 경위가 청와대에서 직접 문건을 빼낸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감안됐다.
더욱이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윤회 문건’ 유출 부분은 명확하게 적시하지 못했고, ‘최모 청와대 비서관 비리 의혹’ 문건을 세계일보 기자에게 유출한 혐의를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최, 한 경위가 이번 사태의 핵심인 ‘정윤회 문건’ 유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를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검찰로서는 앞으로의 수사에서 혐의 입증은 물론이고 법리 적용도 명확하게 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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